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최근 대규모 출산지원금 지급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차원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주문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지난 5일 부영그룹은 출산한 직원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1명당 1억 원씩, 66명의 직원에게 총 70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1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특정 기간 동안 쪼개서 주는 방식이 아니라 한 번에 지급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역시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최대 1억여 원을 출산·육아 지원금으로 지급한다는고 밝힌 바 있다. IMM은 올해부터 출산한 직원에게 일시금 1000만 원을 주고 자녀가 취학 연령이 될 때까지 매달 50만 원을 지급한다. 셋째 아이부터는 고교 졸업 때까지 월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만 18세까지 1억18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정부가 못 하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지만 세금 문제가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영에서 제시한 출산장려금이 현행 세법의 테두리를 넘어설 정도로 파격적이어서다.
세법상 지원금은 근로소득세나 증여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부영은 세 부담을 줄이려 출산 장려금을 ‘근로소득’ 아닌 ‘증여’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연봉이 5000만 원이라면 추가분 1억 원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약 3000만 원 내야 한다. 증여 방식은 1억 원 이하 증여세율 10%를 적용받는다.
다만 증여 방식이라도 회사는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 부담이 커진다. 현행 세법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지급해도 기업이나 직원이 상당액을 세금으로 떼이게 돼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기업의 출산·양육지원금 실태를 파악중이다.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제개편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관련 세목의 개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 역시 정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확정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근로자에게 출산·양육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해당 지원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족친화적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기업들은 그만큼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재부는 기업 출산·양육지원금 비용처리에 한도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기업의 저출산 장려금 활성화 방안 지시에 파격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촉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국가의 저출생 대책을 총괄하는 위원회로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다. 부위원장은 장관급이며 임기는 2년이다.
저출산이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른 만큼 정책 추진력과 업무를 끈질기게 나가는 데 정평이 난 주 전 장관을 임명해 무조건 성과를 내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이다.
주형환 신임 부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올 해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저 출생률(합계 출산율)이라는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 라며 “우리 공동체의 존망이 걸렸다는 인식을 가지고 단기 대책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구조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반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