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합병을 위해 승인을 받아야 할 14개 국가 중 이제 미국만 남았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내 미국의 승인까지 얻어내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이를 조건부 승인했다. 조건부인 만큼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여객 부문에서는 일부 유럽 노선 이관을 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를 마치면 EU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늦어도 오는 10월 전까지 매각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매각은 EU의 최종 승인 이후 이뤄진다. 현재 화물사업 부문 인수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매각절차는 이달부터 본격화 할 전망이다.
여객 사업은 신규 진입 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발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유럽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들 노선은 EU가 양사 통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제기한 노선이다.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에 4개 노선의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고 국토부가 이를 재분배하게 된다.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이전도 항공사 간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
EU의 조건부 승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대한항공 측은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 최근 경쟁 제한을 이유로 자국 저비용 항공사 간 합병을 불허한 사례가 있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있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통합까지는 2년 가량 걸릴 전망이다. 그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독립 운영되며 이후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 절차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