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장통닭 맛에 무예·국궁 멋, XR의 흥까지…2024년 외국인이 본 정조대왕의 도시

■ '핫플' 수원 화성
‘조선중화'의 상징 도시 200년만에 대변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첨단기술 더해
XR버스 OLED 창으로 정조 화성행차 재현
못골시장서 순대국밥·통닭으로 배채우고
국궁 쏘기·화성어차 등 즐길거리도 풍부
무예24기 역동적 퍼포먼스에 잇단 탄성
외국인 관광객 "대장금 촬영지" 관심도

‘XR버스 1795행’을 탄 외국인 기자단이 셀카를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조선 정조 20년인 1796년 수원의 ‘화성’ 성곽 공사가 완료된다. 사실상 조선 시대의 마지막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총 길이 5.7㎞의 성곽을 쌓고 주변 지역 사람들을 이주시켜 새로운 도시를 조성했다. 국왕이 머물 행궁도 세웠다. 국내 행궁 가운데 최대 규모다. 화성은 영·정조 시대 문예부흥으로 절정을 이뤘던 ‘조선중화(朝鮮中華)’ 사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조선중화’는 명나라가 멸망한 후 동양 문명의 중심이 조선으로 옮겨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도시 이름도 ‘화성(華城)’이었다.


전국 문화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2024 로컬100 캠페인’ 차원으로 7일 한국관광공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외국인 기자단과 언론인,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들과 돌아본 수원 화성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손색이 없었다. 이날 동행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화성은 조선 역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으로 정조대왕의 뜻과 효심 등이 얽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로컬100의 하나인 ‘수원화성문화제’와 ‘요새화성요즘행궁’에 대해 (오늘 오신 외국인 참가자분들이) SNS 등을 통해 자신들의 나라에 많이 전달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화성 팔달문(남문) 인근 시장 지도

정조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조선 말의 혼란 속에서 한때 존재가 희미했던 수원이 화성을 통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지방 시대 문화의 선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의 첨단 기술을 융합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역사·문화 관광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데 적극적이다. 서울과는 또 다른 맛과 멋, 흥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탐방단의 첫 방문지는 팔달문 인근의 못골종합시장. 대한민국의 현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못골’은 화성의 남문 격인 팔달문 인근에 연못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못골시장은 서울의 남대문시장 격이다.



수원 화성 못골종합시장이 설날을 앞두고 붐비고 있다.

못골시장은 2009년 문체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전국 전통시장 중 처음으로 상인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인 ‘수원남문시장방송센터(SNBC)’를 시작으로 유아 놀이방과 상인 합창단을 만들었다. 이 방송은 인근 9개 전통시장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전통시장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라디오 방송을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온 셰프이자 방송인인 파브리치오 페라리는 “수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 매우 신기했다. 한국에서 재래시장이 제일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일행은 이날 인근 시장에서 순대 국밥과 통닭으로 점심을 먹었다. 팔달문 앞에 ‘팔달로 통닭거리’와 ‘지동시장 순대타운’이 있을 정도로 통닭과 순대에 진심인 곳이 수원이기도 하다.



화성 연무대 국궁 체험장에서 외국인 기자단이 우리 활쏘기 체험 중이다.

외국인 기자단 등 국궁 체험자들이 쐈던 화살을 되찾아오고 있다.


든든히 배를 채운 일행은 본격적인 시간 여행에 들어섰다. ‘XR버스 1795행’이라는 첨단 기술을 통해서다. XR버스는 문체부 스마트 관광 도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부터 XR(확장현실) 기술을 사용한 스마트 관광 기술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수원 화성의 역사적 서사와 문화 유산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도입됐다.


18인승의 XR버스 내부에는 창문이 투명 OLED 소재로 돼 있어 버스 운행 시 차창을 통해 조선 시대 정조가 화성행궁에 행차할 당시의 풍경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정확히는 정조 1795년의 ‘을묘원행’을 재현했다. 직책별로 다른 전통 복색과 길게 늘어선 행렬에서 우리 나라의 역사와 과거 정취,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온 오오모모 아야네는 “버스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듯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선했고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도 출신 알둘와함 압둘 사미드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화성어차’가 화성 성곽을 돌아 나오고 있다.

화성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궁 체험이다. 활쏘기를 의미하는 ‘사(射)’는 전통 시대 선비가 갖춰야 할 6가지 과목, 이른바 육예(六藝)의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 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했던 화성 연무대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이와 함께 순종황제가 타던 자동차와 조선 시대 국왕이 탔던 가마를 모티브로 한 ‘화성어차(華城御車)’를 타고 화성 성곽을 둘러봤다. 걸으면서 느끼는 화성과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프랑스에서 온 소미는 “경희대에서 공부하면서 수원에서도 살았는데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 관장에서 외국인 기자단 등 시민들이 ‘무예24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 광장에서 화성에 주둔한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인 ‘무예24기’를 선보이는 야외 공연도 관람했다. 장검과 함께 장창·삼지창·월도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에서 온 주영은 “충격이었다”며 “당시 전투에서 이렇게 많은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리아는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의 매력을 처음 알았는데 화성행궁이 이 드라마 촬영지라니 신기하다”는 평가를 남겼다.



유인촌(왼쪽 세번째) 문체부 장관, 이재준(왼쪽 두번째) 수원시장 등 7일 수원 화성 방문자들이 못골종합시장 현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중이다.

글·사진(수원)=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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