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무역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공화 양당의 유력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대(對)중국 초고율 관세, 첨단 부품 수출 제한 등 조치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12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관세 60%’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양국 간 교역이 5750억 달러(약 763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미국의 대중 수입 비중은 2030년까지 1% 미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2015년 22%로 정점을 찍었던 미국의 중국산 제품 의존도는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 14% 수준을 기록했다.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을 촉발한 장본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연일 중국 압박책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가 재임 당시 25% 수준으로 인상했던 대중 관세를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가장 타격이 클 부문으로 섬유와 전자기기를 꼽았다. 향후 5년간 교역이 각각 21%, 17%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이외에도 “미 자금이 중국 경제 부흥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핵심 산업에서 중국의 접근을 막기 위한 새로운 투자 제한 조치까지 예고한 상태다.
대중 무역 제재 수위를 전방위로 강화하고 있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로 특히 중국을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고립하기 위한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스마트카의 데이터 안보 우려를 들어 완성차 최종 조립 지역과 상관없이 중국산 전기차 부품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부터 서방 동맹들과 공조해 인공지능(AI) 등 기술 개발에 활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단계적으로 차단한 데 이어 최근 첨단산업의 대중 투자까지 틀어막았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사(rhetoric)는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더 가혹한 (대중)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 대선 유력 주자인 두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대중 강경 기조를 예고하면서 교역 개선을 통해 경기 부진에서 탈출하려는 중국이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에서는 동맹을 활용해 중국을 원천 봉쇄하려는 바이든 행정부보다는 차라리 다소 거칠지만 오로지 자국 이익에 기반을 두고 거래 여지를 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낫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쌍바이촨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국제경제무역학원장은 “중국은 어떻게든 중국의 발전을 배제하고 억제하는 전략에 기반한 미국 대통령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접근법은 바이든 대통령이 펼쳐온 반(反)중국 경제권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