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양보 없는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포문을 연 ‘86운동권 청산론’에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검사 청산’으로 맞받아치자 제3지대 세력이 모인 개혁신당 역시 ‘양당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걸며 설전에 참전한 모양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당 간 물고 물리는 네거티브 공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정치인들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한 것을 두고 “그분(독립운동가)들이 돈봉투 돌리고 재벌에게 뒷돈 받고 룸살롱 가서 여성 동료에게 쌍욕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2000년 5·18 전야제 당시 불거진 이른바 ‘광주 NHK 룸살롱 논란’ 등을 가리킨 것이다.
한 위원장은 “갖다 댈 것을 갖다 대야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자기(운동권)들과 독립운동가가 뭐가 비슷하다는 것이냐. 좋은 건 자기들끼리 다 해먹고 있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운동권 청산론’이 광복 직후 친일파 논리라는 민주당의 주장에도 “민주당은 ‘국뽕 정치’를 하기 위해서 ‘친일파 대 독립운동’ 이미지를 자꾸 사용한다”며 “본인들과 정말 안 어울린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비대위 회의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께선 ‘공금 법카’로 1000만 원어치 과일을 사 먹은 게 사실인지, 과거 명절 제사상도 이 공금 법카로 하셨던 의혹이 있었는데 사실인지, 응급 헬기 특혜가 본인이 결정한 게 맞는지 묻고 싶다”며 “제가 이런 질문을 물을 때마다 한 번도 답을 못 들었다. 답을 안 하는 것도 답이다. 국민들께서 보고 계신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의 ‘룸살롱’ 언급에 민주당도 ‘룸살롱’으로 반박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위원장이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였는데 너무 좋은 지적”이라며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자신의 쌈짓돈처럼 흥청망청 쓰고 용돈처럼 나눠 쓰면서 룸살롱 드나들며 스폰서 받고 한 사람들이 누구냐. 룸살롱 스폰서 검사들 때문에 김영란법이 만들어졌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쌍욕은 더 이상 이야기 안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영상으로 쌍욕은 잘 드러났다”며 “돈봉투 주고받고 룸살롱 드나들고 쌍욕 잘하는 기준으로 보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포함한 정치 검사 일당이 정치권의 청산 대상 1순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권력에 빌붙어서 인권과 정의는 버리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구속·탄압·처벌하는 데 협력해온 정치 검사들이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민주화 운동을 욕보이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며 “민주화 운동 세력에 대한 폄훼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거대 양당의 독한 설전에 개혁신당도 가세했다. 제3지대 통합 이후 첫 지도부 회의를 연 개혁신당은 양당 체제에 대한 견제가 정치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가장 적극적인 개혁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윤석열과 이재명의 의미 없는 경쟁의 종말”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으로 국민을 부유하게 하고 국가를 강하게 하는 부민 강국을 이루기보다 알량한 사정 권력으로 자신의 권력을 다지는 것에만 몰두해온 대통령에게 가장 강한 견제 세력이 될 것”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서도 “오로지 일신의 사법적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에 몰입해 제1야당의 엄중한 책임을 방기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으로는 윤석열 정부를 상대할 수 없다”며 “개혁신당이 가장 선명한 야당으로 우뚝 서서 대안 세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도 “30% 이상의 국민은 ‘양당 모두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윤석열·이재명 양당 정치를 바꾸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훨씬 더 심각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안팎의 ‘화학적 결합’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는 “우리 내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를 지혜롭게 관리하고 공통점을 키워나가겠다”며 ‘원팀’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