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탄용 꼼수정당 만들려는 조국, 유권자가 정치 희화화 막아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은 뒤 불과 닷새 만에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 독재 정권 종식을 위해 맨앞에서 싸울 것”이라며 “4·10 총선에 대비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총선 출마에 대해서는 “비례 혹은 지역구냐 하는 구체적 출마 방식은 정당에 모인 분들이 원칙과 절차를 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조 전 장관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위성정당인 ‘통합형 비례정당’ 합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 사회에서 정당을 만들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 선언은 몰염치한 행태다. 그는 8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판결 직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 제 힘을 보태겠다”며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오죽하면 2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며 “범죄 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는 사과나 유감 표명은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질타했겠는가.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의혹은 공정과 상식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임에도 조 전 장관은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아 국론 분열을 증폭시키는 등 큰 후유증을 남겼다. 아무리 그럴 듯하게 포장하더라도 그의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는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적 면죄부를 받으려는 방탄용 꼼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12일 조 전 장관을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힘을 실어줬다고 하니 답답한 일이다. 실형을 선고 받은 조 전 장관이 총선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다면 공정과 상식을 흔들고 우리 정치를 희화화한 부끄러운 전례로 남을 것이다. 이제라도 조 전 장관은 오기의 정치 행태를 접고 진정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끝내 그가 고집을 부린다면 유권자들이 엄중한 심판을 통해 꼼수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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