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하면서 시작한 반부패 운동이 중국 통치 시스템의 근간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최근 금융권 고위층과 로켓군 지도부에게까지 칼끝을 겨눈 사정 작업이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마오쩌둥 집권 시절 부패는 공산당에 대한 열정을 키움으로써 통제 가능하다는 철학이 있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 집권기에는 인민에게 한층 풍족한 생활을 제공하면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후진타오 집권 때에는 대부분 중국인의 삶이 윤택해졌지만,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부도덕한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된 이들로 인해 다시 부패가 광범위하게 퍼졌다.
그러나 시 주석은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해 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면서 마오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인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특히 반부패 캠페인은 당을 통해 시작되고 자체 규정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당이 원하는 대로 조사가 이뤄진다는 점은 사실상 정치의 영역임을 드러낸다. 특히 사정은 부패의 사슬을 끊어 경제가 한층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조지아주립대 앤드루 웨더먼 정치학 교수는 "시 주석이 두려워하는 부패는 망상이 아니라 확실한 현실"이라면서 "물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를 활용한다는 것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토론토대학의 리네트 옹 정치학자도 "부패 척결이 1979년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창의적, 기업가적, 위험 감수적 동기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20대의 '탕핑'(躺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 풍조가 국유기업 관료나 민간 부문에서도 나타나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 출신 덩위원은 "시 주석은 관료들이 깨끗하고 근면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부패와 전쟁 때문에 탕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몇 달간 계속되는 금융 부문에 대한 '호랑이 사냥'(고위 공직자 사정 작업)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간 100명이 넘는 금융 관료들이 처벌받았는데, 최근 타깃이 된 이들 가운데는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대형은행 전 회장과 전직 규제 당국자가 포함됐다. 웨더먼 교수는 "결국 큰돈이 있는 곳이 은행이기 때문에 금융권에 거액 부패가 있을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