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월 인플레이션이 월가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5월에도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번지면서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내렸다.

1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24.63포인트(-1.35%) 내린 3만8272.7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68.67포인트(-1.37%) 하락한 4953.1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6.95포인트(-1.80%) 빠진 1만5655.60에 장을 마감했다. LPL파이낸셜의 수석글로벌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이날 증시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오랜 긴축에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여전히 승리를 선언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1일 이후 보였던 증시 상승은 이르면 3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라며 “올해 금리는 내리겠지만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마지막 여정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월 미국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둔화했지만 월가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미국 노동부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기준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2월 3.4%에서 둔화됐으며 6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다만 월가 기대치인 2.9%보다 높게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실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9% 올랐다. 이 역시 전망치 3.7%를 상회했다. 전월 기준으로 헤드라인 CPI는 0.3%, 근원은 0.4% 올랐다. 모두 전망치를 0.1%포인트씩 웃돌았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전날까지 5월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60.7%로 보고 있었지만 현재 5월 인하 확률은 37.3%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될 시점으로 6월이 더 유력(71.5%)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이 점점 뒤로 밀리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315%로 14.5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정책금리 변동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는 4.654%로 18.7bp 급등했다. 마켓워치는 2023년 5월 5일 이후 2년물 금리의 일일 최대 상승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미국 이코노미스트 매튜 부시는 “모든 경제지표의 1월 수치는 (지수 보정에 따라) 평소보다 변동성이 큰데, 인플레이션 수치의 경우 연초에 가격 재설정이 많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며 “한달의 데이터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외식 업체 주가가 하락했다. 1월 CPI 보고서에서 외식 물가가 전월보다 0.5%, 전년 대비 5.1% 상승하면서 외식 수요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설명했다. 버거킹과 파파이스 등을 보유한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의 주가는 3.51% 하락했으며 치즈케이크팩토리는 2.81% 하락했다.

제트블루 항공은 주각가 21.58% 급등했다. 전날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제트블루의 지분 9.9%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아이칸은 회사에 대한 계획이나 제안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사회에 참여할 가능성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29% 상승했던 영국의 칩 설계업체 ARM은 19.5% 하락하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장난감 업체 해스브로는 매출이 전년 대비 23% 하락했다는 실적 발표에 주가가 1.35% 내렸다.

대다수 가상자산도 하락했다. 전날 2년 2개월 만에 5만 달러 선을 넘겼던 비트코인은 이날 현재 24시간 전 대비 1.06% 하락해 4만9552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은 0.02% 상승해 263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유가는 예상을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중동 정세 불확실성으로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95센트(1.24%) 오른 배럴당 77.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