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2% 뛴 건설사, 영업이익률은 2%대 추락

[기로에 선 건설산업] <상> 원가부담에 수익성 비상
작년 중동 등 공략 매출 늘었지만
원자재값 여파 영업이익은 23%↓
7곳 영업이익률 4.7%→2.9% 뚝
사업장따라 실적 양극화 커질수도

서울의 한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 총액이 해외 수주 증가 등에 힘입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급등의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두자릿수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4% 중반에서 2% 후반까지 떨어져 수익성이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 중 현재까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7개 건설사의 매출 총액은 96조 3971억 원으로 전년(78조 7860억 원) 대비 22.4% 늘었다. 국내 주택 시장 부진에 해외 수주를 늘린 게 매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건설(000720)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약 6조 5000억 원) 수주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이 29조 6514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39.6% 늘었다.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도 카타르 태양광 사업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본격 매출이 발생해 지난해 매출액이 32.3% 증가한 19조 31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HDC현대산업개발(294870)(27.1%), 대우건설(047040)(11.8%), GS건설(006360)(9.7%), 포스코이앤씨(7.7%), DL이앤씨(375500)(6.6%) 등 나머지 건설사 모두 매출액이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7개 건설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은 2조 8209억 원으로 전년(3조 6866억 원)보다 23.5% 줄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1조 340억 원), 현대건설(7854억 원), HDC현대산업개발(1953억 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건설사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DL이앤씨(3312억 원)가 33.3% △대우건설(6625억 원)이 12.8% △포스코이앤씨(2010억 원)가 34.9% 하락했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부담 가중, 주택사업 등에서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분석된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 비용 반영으로 3885억 원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쪼그라들었다. 7개 건설사 중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4.7%) 단 1곳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2년 6%에서 지난해 5.4%로 줄은 가운데 △현대건설(2.7%→2.6%) △DL이앤씨(6.6%→4.1%) △대우건설(7.3%→5.7%) △포스코이앤씨(3.3%→2%) △ GS건설(4.5%→-2.9%)도 감소했다. 이들 7개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2년 4.7%에서 지난해 2.9%로 1.8%포인트 하락했다.


1억을 벌면 실제 주머니에는 300만 원 밖에 남지 않는 구조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0% 수준은 나왔는데 이제는 2~4%대에 불과하다”며 “차라리 사업하지 말고 연 금리 3~4%대인 은행 예금에 돈을 넣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호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691억 원으로 전년대비 8.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1억 원으로 61% 감소했다. 동부건설의 매출액은 1조 9000억 원으로 3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2억 원으로 26.9%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의 경우 실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자잿값 부담이 여전히 크고 고금리·미분양 지속에 따른 PF 리스크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장 보유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건설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신사업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겠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더 큰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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