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 총액이 해외 수주 증가 등에 힘입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급등의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두자릿수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4% 중반에서 2% 후반까지 떨어져 수익성이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 중 현재까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7개 건설사의 매출 총액은 96조 3971억 원으로 전년(78조 7860억 원) 대비 22.4% 늘었다. 국내 주택 시장 부진에 해외 수주를 늘린 게 매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건설(000720)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약 6조 5000억 원) 수주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이 29조 6514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39.6% 늘었다.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도 카타르 태양광 사업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본격 매출이 발생해 지난해 매출액이 32.3% 증가한 19조 31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HDC현대산업개발(294870)(27.1%), 대우건설(047040)(11.8%), GS건설(006360)(9.7%), 포스코이앤씨(7.7%), DL이앤씨(375500)(6.6%) 등 나머지 건설사 모두 매출액이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7개 건설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은 2조 8209억 원으로 전년(3조 6866억 원)보다 23.5% 줄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1조 340억 원), 현대건설(7854억 원), HDC현대산업개발(1953억 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건설사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DL이앤씨(3312억 원)가 33.3% △대우건설(6625억 원)이 12.8% △포스코이앤씨(2010억 원)가 34.9% 하락했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부담 가중, 주택사업 등에서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분석된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 비용 반영으로 3885억 원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쪼그라들었다. 7개 건설사 중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4.7%) 단 1곳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2년 6%에서 지난해 5.4%로 줄은 가운데 △현대건설(2.7%→2.6%) △DL이앤씨(6.6%→4.1%) △대우건설(7.3%→5.7%) △포스코이앤씨(3.3%→2%) △ GS건설(4.5%→-2.9%)도 감소했다. 이들 7개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2년 4.7%에서 지난해 2.9%로 1.8%포인트 하락했다.
1억을 벌면 실제 주머니에는 300만 원 밖에 남지 않는 구조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0% 수준은 나왔는데 이제는 2~4%대에 불과하다”며 “차라리 사업하지 말고 연 금리 3~4%대인 은행 예금에 돈을 넣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호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691억 원으로 전년대비 8.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1억 원으로 61% 감소했다. 동부건설의 매출액은 1조 9000억 원으로 3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2억 원으로 26.9%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의 경우 실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자잿값 부담이 여전히 크고 고금리·미분양 지속에 따른 PF 리스크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장 보유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건설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신사업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겠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더 큰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