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납치됐다”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수천만원을 건네려고 했던 80대 여성이 남편의 ‘촉’ 덕분에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
13일 대전경찰청은 지난 1일 오전 10시 20분쯤 ‘할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해 3000만원을 인출하러 갔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은행으로 향했다. 피싱 전화는 “딸을 납치했다”며 딸의 몸값으로 3000만원을 요구하며, 은행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만나 거래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외출 준비를 한 A씨 부부가 엘리베이터에 탄 뒤 일 층에 도착하자 지팡이를 짚은 A씨가 혼자 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설 명절을 앞두고 특별방범 활동 중이던 구봉지구대 경찰관을 동원해 즉시 A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A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보이스피싱범들이 계속 통화를 유도하고 있어 연결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파트에서 은행까지 구역을 나눠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수색 끝에 통화 중이던 A씨를 발견했다. 아직 돈을 건네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10여분간 설득 끝에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지시키고 A씨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 돈은 그동안 부부가 병원비로 모아둔 것이었다고 한다.
A씨는 “전화를 끊으라”는 경찰의 말을 거절할 만큼 전화 내용을 굳게 믿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사건의 피의자는 현장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 경찰이 출동한 상황을 확인하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중 구봉지구대 경위는 “가족을 사칭하는 금전요구 등은 100% 보이스피싱이니 주의하길 바란다”며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에 열심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