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3개월만에 다시 150엔… 日정부 "필요하면 적절 조치"

예상 웃돈 1월 美CPI에 달러 강세
BOJ 피봇 따른 강세 기대감 '찬물'

1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의 한 신발 가게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엔·달러 환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0엔대까지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가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의 여 파로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일본 정부는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구두 개입했다.


14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3분(일본 현지시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63엔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1% 이상 급락하면서 환율이 달러당 150.89엔으로 마감한 바 있다. 달러당 150엔 고지는 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된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 고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 11월 중순 151.89엔까지 올랐으나, 이후 140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NHK는 1월 미국 CPI 증가율이 전년동월대비 3.1%로 전문가 예상치를 웃돈 것을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짚었다. 실제로 지표가 발표된 시점에 엔·달러 환율은 1엔가량 급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릴 시점이 늦으면 여름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미국 국채가 약세를 보인 반면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가치가 주요 10개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서만 6% 이상 하락한 것은 물론 지난 2년 동안 23% 넘게 폭락한 상태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비롯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국채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최근 들어 BOJ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엔화 가치가 조금씩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시장에서 생겨났지만, 현 시장 상황은 다시금 그 기대가 무너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카무라 톰 AGF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시장은 BOJ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 속에 엔화 강세를 대비하고 있지만, BOJ는 서둘지 않을 것”이라며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엔화 약세를 경계하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교도통신은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엔저 흐름에 대해 “상당히 급속하다. 경제에 악영향이 있다”며 “당국은 1년 365일 대기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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