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미약품 장·차남, '장남 회사 CEO'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멤버로…그룹 장악력 높인다

권규찬 DXVX 대표·사봉관 변호사 등
다음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선임 예정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권욱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180400)) 대표를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는 안을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한다. DXVX는 임종윤 사장이 지분 19.25%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있는 진단 기업이다.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대표를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멤버로 선임해 그룹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임종윤·종훈 사장은 다음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함께 권 대표와 우리법연구회 소속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 4명을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 및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권 대표는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사 변호사는 부동산 분야 전문가다.


장차남 측은 8일 자신들과 이들이 지정한 4명의 후보자 등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며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오너 일가 내에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장차남 측은 주주총회 표 대결을 자신하며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자리를 각각 확보해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임종윤 사장의 최측근인 권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는 것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DXVX는 유전체, 체외진단 서비스 개발 및 제조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진단 사업과 함께 헬스케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DXVX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467억 원이다. 영업손실은 12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26억 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한미약품 측은 장차남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미약품 측은 “임종윤 사장이 지난 10년 간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며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지난해 상반기 5차례 중 한 차례만 출석하는 등 한미약품 경영에 무관심했다”고 설명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주주제안에 대해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약품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의 오너 일가 내 경영권 분쟁은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두 형제와 그 배우자 및 자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4%이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약 31.9%다. 양 측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약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을 적극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측은 별도의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장차남 측이 이사회에 한미약품 임원 출신을 선임하는 것은 임 회장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다만 권 대표는 진단 기업 대표를 맡고 있고 인허가 전문가인 만큼 신약 개발과는 거리가 있어 임종윤·종훈 사장이 선대 회장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신약 개발 유지를 잇겠다는 명분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몇 안 되는 신약개발 전문가 권규찬 DXVX 대표이사를 신약개발과 거리가 먼 인사로 포장하는 내용은 DXVX 주주와 임직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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