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가 모교인 국민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와 라이브 무대로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효리는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98학번 선배 자격으로 축사를 낭독했다. 이효리는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이다.

이날 이효리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연기자라기보다는 '유명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꿈을 안고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특출나게 연기를 잘하지도, 특출나게 노래를 잘하지도, 특출나게 예쁘지도 않았던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며 "지금도 그 점은 크게 변함없지만, 운 좋게 연예계에 데뷔해 지금까지 사랑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데 8년이나 걸린 내가 여러분 앞에서 떠들 자격이 있겠냐 싶지마는 여러분보다 조금 더 살아간 것을 자랑삼아 한 번 떠들어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어사전에 연설을 검색했는데,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함'이라고 되어있더라. 사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누가 나에게 주의, 주장,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자기의 주장이나 주의를 뒤로하고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는 분들, 누구에게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나에게는 더 큰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부모님 말도, 제일 친한 친구들 말도 심지어 공자, 맹자, 부처님 같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 듣는 우리가 뭐 좀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데 들을 이유가 있느냐. 여러분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사셔라"며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고, 누구의 말보다 귀담 들어야 하는 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라고 조언을 건넸다.

이효리는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 멋진 말로 이끌어 주고 깨달음을 줘서 삶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려라. 그런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며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라. '나는 나약해', '나는 바보 같아', '나는 더 잘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부정적인 소리는 진짜 자신의 소리가 아니"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물론 나 또한 그 소리를 듣고 흔들리고 좌절하지만 그 소리 너머에 진짜 내가 최선을 다해서 '넌 잘하고 있어',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조금씩 느낀다"며 "그 너머의 소리는 늘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고 언제나 내가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지금은 너무 작아서 못 들으실 수 있지만 믿음을 갖고 계속 들어주면 그 소리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리는 삶을 살다 보면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내 안의 그 친구와 손잡고 그대로 쭉 나아가면,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럼 위안 받고 미련 없이 갈 길을 가면 된다"며 "말에는 그렇게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내 거라고 믿는다. 나아가서 많이 부딪히고 많이 다치고 많이 체득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 보길"이라고 했다.

이효리는 축사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히트곡인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을 라이브로 열창했다. 이효리의 축사와 라이브는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국민대는 이효리를 연사로 섭외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에 나섰다. 국민대 관계자는 "이효리 동문은 최정상 걸그룹 역사를 가진 핑클의 리더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을 뿐 아니라 다방 면에서 선한 영향력을 가졌다"며 "흔한 축사가 아닌 인상 깊은 얘기를 하실 것 같아 섭외에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