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공천을 놓고 ‘인적 쇄신’ 의지를 거듭 내비쳐 공정성을 둘러싼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전·현직 의원을 만나 불출마를 권유한 것을 두고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물갈이 분위기를 조성하며 공천 주도권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서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도 언급했다. 사실상 중진들에게 자진 용퇴를 종용한 셈이다. 앞서 그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새 술은 새 부대에.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대표가 거듭 공천 관련 입장을 강하게 개진하면서 4·10 총선에서 민주당의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가 성벽을 쌓아두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정치도 새 인물과 새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대표로부터 직접 불출마를 요구받은 인사들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재근 의원은 이 대표와의 면담 끝에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당의 공천 시스템에 대해 “통합적이지 못하다”며 날을 세웠다. 인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 ‘영입 인재’인 김남근 변호사를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에도 “제가 지지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와 통화한 후 불출마를 결정한 문학진 전 의원은 ‘비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문 전 의원은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대표가 지난달 말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수치가 낮다’고 전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재명 친위 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두고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 공식 조사 결과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불리한 ‘폭로성 발언’을 쏟아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한 뒤 “이재명이 방탄조끼를 만들어 입는 꼴은 못 보겠다”며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