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마사지 권하고 현금결제 요구…만족도 '친정'보다 낮아

[저출생 이것부터 바꾸자-①산후조리원] <상> 사라진 축복, 짐이 된 몸풀기
과도한 추가 서비스·사진 촬영 등에
산모 42% 불필요한 비용 부담 느껴
꽃꽂이 등 몸조리 무관 프로그램도
소비자 불만 신고 年 300여건 달해
정보는 59%가 맘카페 등 통해 습득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산모 김 모 씨는 첫아이를 낳은 후 산후조리원을 수소문하다 좌절했다. 마음에 드는 산후조리원 가격이 자신의 소득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산후조리원 가격 인상이 너무 가팔라 막 태어난 아기와 산모를 상대로 조리원들이 가격을 담합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면서 “2주간 1000만 원을 요구하는 곳도 꽤 많아서 너무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30대 산모 박 모 씨 역시 서울 시내 A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던 중 비싼 마사지 서비스를 받으며 남편의 눈치를 봤다. 박 씨는 “마사지 비용이 너무 비쌌는데 조리원에 입소하게 되면 1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모두가 다 받고 있는 상황이라 해당 서비스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며 “광고성으로 조리원이랑 연결해서 책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자꾸 연락한 것도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산후조리원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에 응답한 101명의 산모 가운데 산후조리원이 상담 시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느낀 응답자는 42%에 달했다. 세부 유형별로 보면 과도한 추가 비용 유도가 32%로 가장 많았고 불투명한 정보공개(17%), 현금결제 유도(11%) 등이 뒤를 이었다.


자녀 양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의 양육 특성을 노린 산후조리원의 갑질 행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소비자 상담 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322건, 2022년 364건, 2023년 285건으로 해마다 300여 건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다. 신청 사유를 보면 지난해 기준 계약 해제·해지, 위약금 문제가 143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계약 불이행 57건, 품질·물품 21건, 제품·시설 안전 1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40대 산모 이 모 씨는 “민간 조리원이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고 추가적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금액이 추가되는 부분이 많아 당초 생각했던 예산보다 실제 더 큰 금액을 지출하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최근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는 30대 산모 역시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는데 정작 산후조리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며 “혹여나 프로그램이 있으면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일쑤”라고 쓴소리했다.


운영 중인 산후조리원 프로그램을 보면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출산 후 몸풀기와 무관한 프로그램도 다수 있다. 예를 들어 발 마사지, 피부 관리, 꽃꽂이, 요가, 한의원 상담, 모빌 만들기, 손발 조형, 탯줄 도장, 아기 사진 촬영, 베이비 마사지, 경락 마사지, 웃음 치료, 체형 관리 교육 등은 몸풀기와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부에서는 최근 들어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산모들에게 산후조리원 이용 지원 등에 나서면서 업체들이 이를 고려해 추가로 이용료를 증가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육아 전문가는 “국가에서 모자의 건강과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불필요한 프로그램 등 산후조리원에 대한 공적 개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산후조리원이 주로 민간 차원에서 운영돼 업계의 반발이 커 이들에 대한 기득권을 타파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귀띔했다.


고가의 비용에도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의 서비스 질에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시행한 산후조리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친정에 있을 때’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2점으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산후조리원(3.9점)’ ‘본인 집(3.7)’ ‘시가(3.6)’ 순이었다. 본지 자체 조사에서도 대다수는 산후조리원 시설에 만족감을 표했지만 전체의 35%가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3점 이하를 줘 적지 않은 산모들이 불만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백만 원 상당의 큰 비용을 지불하고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오 모 씨는 “선택한 방과 시설이 넓고 쾌적해서 해당 산후조리원을 택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실내 이동 동선이 너무 불편했다”며 “이 돈이면 집에서 사람을 불러 산후조리를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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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들과 산후조리원 간 정보 비대칭 현상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모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산후조리원에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느냐’는 질문에 59.4%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맘카페 등을 참고한다고 답했다. 지인 소개(21.8%), 업체 광고(13.9%)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이들도 많았지만 모두 공신력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지적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2025년 이후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산후조리원평가제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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