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中짝퉁 모델?…韓기업 우는데 정부 예산은 '뒷걸음질'

위조상품 판매 차단 10만 건 가까이 줄어
관련 예산 감소 영향…지원 기업도 감소
기업들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 부담 겪어
결국 판매 중단 위해 플랫폼에 직접 요청
특허청 "지식재산권 보호 예산 확대 노력"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톤헨지’ ‘제이에스티나’ 등 국내 유명 쥬얼리 브랜드 짝퉁 제품들. 브랜드 제품과 모델이 모두 도용됐다.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해부터 국내 소비자들의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에 국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위조한 ‘짝퉁’이 여과없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중소기업들이 브랜드 홍보를 위해 큰 돈을 들여 기용한 유명 모델들의 사진까지 무차별 도용되면서 해당 기업의 실적과 브랜드 이미지에 동시 타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 예산은 뒷걸음질 치고 있어 어렵게 일군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지킬 보호막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방가전 기업 A사는 2018년부터 지식재산권 팀을 운영하고 있다. 자사 제품이 방한 중국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크게 올랐지만 인기가 높아진 만큼 짝퉁 제품도 크게 늘어서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월평균 80여 건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단속 건수가 발생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A사 관계자는 “짝퉁 유통 차단을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를 느낀다”며 “상황이 이런데 정부의 별다른 지원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이피알(메디큐브)의 뷰티기기 위조상품.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갈무리


올 상장 1호 유니콘도 중국 짝퉁 먹잇감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은 A사 뿐이 아니다. 이달 말 유가증권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뷰티테크 유니콘 에이피알도 중국 짝퉁의 타깃이 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사 뷰티기기가 인기를 끌면서 상장 이후 동남아, 유럽 등지로까지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까지 밝혔지만 위조상품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실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업체의 제품 외형 베끼기 등 디자인권에 대한 침해나 위조상품 유통을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하고 대응하기에 업체 특정이 힘들고, 시간과 비용 너무 많이 든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기술 탈취의 경우 해당 기술이 회사에서 개발한 고유 기술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이 높고, 절차상 실효성이 떨어져 쉽지 않다”며 “전류 전달 방식 등 세부적인 부분을 바꿔서 상품을 위조하는 경우 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짝퉁 대응 예산 2022년 32.4억→2023년 15억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특허청에 따르면 해외 업체가 국내 기업의 상품을 위조한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차단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 판매 게시물 차단 건수는 지난해 10만 건 가까이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2022년 25만 2544건에서 2023년 16만 1110건으로 감소했다.


위조 상품에 대한 유통 차단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2020년 22억 2200만 원 수준이었던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차단 사업 예산은 2022년 32억 7400만 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예산 감축 기조에 따라 15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는 19억 7300만 원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2020년 예산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특허청의 해외 지식재산권 보호활동 강화 예산도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255억 3400만 원이었던 해당 예산은 2023년 247억 6100만 원, 올해 241억 7600만 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중국 직구 금액이 2021년 1조3362억원에서 지난 해에는 3조2873억원으로 폭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큰 폭의 역행이다.


이러한 예산 감소로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차단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해외 위조상품 모니터링단 운영 방식을 민간 전문 모니터링 및 차단 서비스 형식으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보호원에서 재택 모니터링단을 직접 고용해 위조 상품 유통에 대해 감시했다면 이제는 보호원이 전문 수행업체를 선정하고 이곳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에 기업에 무료로 제공하던 위조상품 모니터링 서비스도 최대 80%까지만 보호원이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업이 부담하게 됐다.


이같은 변화에 따른 기업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보호원은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현황 사전조사 사업을 새롭게 신설했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발생하는 위조상품 피해를 빠르게 파악하고, 지원 사업 연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예산 부족으로 인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수도 2021년 91개 사에서 지난해 65개로 감소했다. 보호원 관계자는 “사업 운영 방식을 바꾸며 중국 및 아시아에 한정됐던 대응국가를 전 세계 100여 개국으로 확대했다”면서도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23일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직원이 우리나라 기업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인 짝퉁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열쇠고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기 “제품 하나에 R&D 다 쏟아부었는데…”

예산 감축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기업에게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기업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부서를 따로 설치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진행하거나 해외 법인을 통해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영세한 규모의 업체는 그마저도 힘들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특히 제품 하나에 모든 연구개발(R&D)을 쏟아 부은 중소기업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위조상품으로 인해 직접적인 실적은 물론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기업이 문들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특허청에서는 국내 기업의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직구 플랫폼 대상으로 올해부터 온라인 짝퉁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 직구 짝퉁의 국내 유입이 통관 단계에서 차단될 수 있도록 관세청과의 협업 방안 논의는 물론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이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측도 올해부터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위조상품유통방지협의회에 참석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특허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차단 등 해외 지식재산권 보호 사업 예산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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