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앞으로 대표팀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 저를 생각 안 하실 수도 있다. 앞으로 미래는 잘 모른다.”
지난 7일(현지시각)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뒤 ‘캡틴’ 손흥민은 비난받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감싸면서도 이런 말을 했다. 이 인터뷰 발언은 큰 파문을 불러왔다. 축구팬들과 언론들은 ‘손흥민이 은퇴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4강전 전날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축구팬들은 “손흥민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역대 최강의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받은 클린스만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했다.
그간 태도 논란을 빚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그의 감독 선임에 중심 역할을 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사실이 영국 대중지 더선에서 최초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과의 언쟁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공격의 중심인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고 출전시켰다.
또 충돌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친 손흥민은 오른쪽 중지와 검지에 흰색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섰다. 결속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4강전을 치른 대표팀은 단 한 차례 유효슈팅도 없이 무력하게 패했다.
이런 과정이 모두 사실이라면 ‘감독님이 저를 생각 안 하실 수도 있다’,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등 손흥민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건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게 된 이강인은 내분을 사실상 인정하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강인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며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강인은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 축구 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외신과 국내 언론에 보도된 손흥민과의 충돌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