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우리나라와 쿠바 간 외교관계 수립에 대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북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과 쿠바는 ‘형제국’이 맞다고 언급하며 “이번 수교가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986년 3월 당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이 맺은 친선·협조에 관한 조약에는 ‘두 나라는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다.
쿠바와의 수교가 우리나라에는 “대중남미 외교, 나아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외교 지평이 확대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쿠바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0여개 국가와 수교를 하고 있는 중남미 거점 국가 중 하나”라며 “비동맹 운영과 제3세계 외교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쿠바와 수교 타결을 위해 2년 간 극비리로 협상해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한 해만 해도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번 접촉이 있었다”며 2022년 8월 연료 저장 시설 폭발, 올해 초 식량 부족 등 적절한 시점마다 쿠바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쿠바 내에서 드라마 등 한국 문화 컨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쿠바 측의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한국에 대한 쿠바 국민들의 호감이 높아진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쿠바 측도 이번 수교를 통해 경제적 기대 효과도 기대했던 걸로 보인다며 다만 “쿠바 쪽에서 한국에 특별히 요구해 온 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쿠바와 정치, 경제관계뿐 아니라 문화 교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소개했다. 쿠바를 찾는 우리나라 국민에 대해서도 더 면밀한 영사 조력에 나설 방침이다.
전일 밤 한국과 쿠바 정부는 공식 수교 성립을 전격 발표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쿠바 대사가 전일 뉴욕에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수교를 위한 외교 공한을 교환하면서 외교관계가 수립됐다. 양국이 수교 관계를 맺은 건 처음으로, 쿠바는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이제 유엔 회원국 중 수교 관계를 맺지 않은 건 이제 시리아 한 개국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