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집 옆에 쌀집이면 매력이 없죠. 쌀집 옆에 떡집, 보부상도 있고 주변에 논밭과 농부들도 있어야 클러스터가 조성됩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가 정부의 K바이오클러스터 구상에 대해 밝힌 일침이다. 정부는 5년간 2조 2000억 원을 투입해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 단지 공모를 시작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유치 경쟁에 나섰다. 경기도에서만 시흥·일산수원·파주·김포·성남·화성·연천 등이 바이오 특화 단지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서울경제신문은 ‘K바이오클러스터를 가다’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정부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클러스터의 현주소를 짚었다. 국내 주요 바이오클러스터의 특징을 분석하고 클러스터 구축에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오송은 국책기관·연구소·대학 등 탄탄한 인프라, 송도는 제품·원부자재의 보관과 운송에 유리한 입지 등 각각 장점을 갖췄다.
하지만 바이오클러스터가 지자체의 전시 행정처럼 자리 잡는 양상은 아쉬웠다. 이미 국내에서는 10여 개의 바이오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수도권에만 홍릉·문정·판교·광교·인천송도 등 수 곳에 이른다. 정부 주도로 한정된 자본을 다수의 바이오 단지에 투입하다 보니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바이오벤처부터 대기업에 이르는 산업 네트워크의 형성이나 원부자재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가치사슬의 부재도 문제다. 클러스터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 상위 20개 중 18개가 밀집하고 100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들이 모인 보스턴 클러스터는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 대학부터 시작해 연구소·바이오벤처·빅파마까지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벤처캐피털(VC)의 자금도 자연스럽게 보스턴으로 유입됐다. 바이오클러스터는 땅과 건물만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는 인력 양성,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