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는 압도할 것” 삼성, TSMC와 '초미세 회로' 격돌

■日 PFN서 AI칩 양산과제 수주
기업가치 3조 넘는 PFN에 '낙점'
삼성의 칩 생산 노하우 인정받아
업계 “美 실리콘밸리행 관문 될것”
파운드리 시장 판도 걸린 2나노서
삼성 'GAA 첫 적용' 자신감 보여

삼성전자 파운드리 임직원들이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일본 AI 유니콘 기업 프리퍼드 네트웍스 로고. 사진제공=프리퍼드 네트웍

삼성전자가 일본 프리퍼트네트웍스(PFN)의 2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의 최첨단 칩을 생산하면서 이후 초대형 수주를 위한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칩 생산 사례와 공정 경험을 쌓으면서 2나노 시대에 진입한다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에 뒤처졌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세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PFN은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AI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는 도요타·화낙·히타치 등 일본의 대표적 제조업 회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기업가치는 3조 원이 넘었다. 이 회사는 딥러닝을 대규모 제조업에 적용하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독자 소프트웨어는 물론 자체 슈퍼컴퓨터까지 제작해 고객사에 납품하며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 2016년부터 자신들의 슈퍼컴퓨터에 탑재할 1세대 AI 칩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개발 완료를 알린 2세대 AI 반도체는 TSMC가 담당할 예정이다.





PFN은 그러나 차세대 칩 개발 과제에서는 TSMC가 아닌 파운드리 업계 2위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칩 생산 노하우와 풍부한 자본력 등을 신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PFN의 이번 선택이 다른 거대 반도체 설계 기업들과의 협력을 늘려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PFN은 인텔·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과 협력한 사례가 있다.


더구나 최근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바이두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생성형 AI 등의 영향으로 자체 고성능 칩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PFN 2나노 칩 생산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들 기업에서 파운드리 생산이 필요할 때 PFN의 사례를 참고하며 삼성 파운드리를 우선 고려할 확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FN과의 파운드리 협력 성공은 삼성전자가 최대 반도체 시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PFN과의 협력으로 2나노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TSMC와 초미세 파운드리 분야에서 또 한 번 진검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2나노 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로 양분된 최첨단 파운드리 시장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승부처다. 삼성전자가 2022년 6월부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GAA는 파운드리 제조 공정 중 가장 공정 난도가 높은 기술이다. TSMC는 현재 3나노 양산으로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한다.


이미 TSMC는 기존 고객사인 애플과 인텔로부터 2나노 파운드리 수주를 따내면서 1위 업체로서의 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TSMC보다 먼저 GAA를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2나노 시대에 접어들면 TSMC의 GAA를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을 총괄하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5월 KAIST 강연에서 “삼성전자는 냉정하게 TSMC보다 4나노 기술력은 2년, 3나노는 1년이 뒤처졌다”면서도 “2나노로 들어오면 삼성전자가 앞설 수 있고 5년 내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