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000400) 매각 작업이 이달 국내 다수 금융회사 대상 투자설명서(IM) 배포를 기점으로 속도를 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2조~3조 원에 달하는 몸값을 두고 매각 측과 인수 측이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를 볼 수 있을지가 거래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6일 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이달 하순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316140)와 교보생명 등 국내 금융사에 IM을 배포할 계획이다. JP모건은 최근 해외투자자와도 1대1로 접촉하며 투자 의향을 파악했다. 예비입찰과 실사·본입찰 등의 과정을 거쳐 연내 매각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ABL·KDB생명과 MG손해보험 등 여러 매물이 나와 있는 현 보험 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최대어로 꼽힌다.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3700억 원에 지분 53.49%를 사들인 뒤 36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77.04%까지 지분율을 확대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 원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3024억 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최대 실적까지 경신했다. 보험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보험계약마진(CSM)도 1조 6774억 원에서 2조 3966억 원으로 42.9% 증가했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208.45%로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순자산과 CSM을 고려했을 때 77% 지분에 대해서만 2조 원 이상을 기대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호텔롯데 지분(5%)과 유통 물량을 합친 전체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롯데손보의 몸값은 3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
매도자 측은 미국 보험사 처브그룹의 라이나생명 인수(4조 원)와 KB금융(105560)의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현 KB라이프생명·2조 2995억 원) 인수, 신한금융의 ING생명 지분 59.15%(현 신한라이프·2조 2989억 원) 인수 때 매물이 된 보험사가 거둔 실적이 현 롯데손보와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다수 금융사들은 IM을 받은 뒤 투자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생명보험사보다 성장성이 높은 데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손보 업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롯데손보를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카드로 보고 있다. 하나·우리금융그룹은 보험사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에 필요하다는 점에서 각각 손보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KB금융은 롯데손보를 품을 경우 손보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문제는 금융 업계가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대 분위기 속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을 늘리는 자금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이다. 상당수 금융사들은 이런 이유로 롯데손보 인수에 2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된 후 CSM 등의 지표를 숫자 그대로 보기 힘들다는 인식도 있다. KB금융의 경우 롯데손보를 떠안게 되면 인력 구조조정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는 하고 있으나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JP모건이 최근 해외투자자까지 만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매수 의향자를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JP모건은 말레이시아의 암뱅크와 메트라이프의 합작사인 암메트라이프를 싱가포르 보험사 그레이트이스턴에 매각하는 작업을 주도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회사다. 시장에서는 블랙록, 블랙스톤 등의 사모투자펀드(PEF)가 거론되면서도 글로벌 금융사와 재무적투자자(FI)가 결합해 인수 작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국내 금융사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도 있다.
매각 측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가격은 실적을 기반으로 추정한 것일 뿐 실제 가격은 적정 평가 가치에 따라 입찰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