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수주액보다 최대 20%가량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관리와 미분양 우려에 아파트 등 주택 수주액을 대폭 줄인 여파로 분석된다. 더욱이 건설사들은 지난해 대규모 발주가 쏟아진 해외 플랜트 수주도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공격 영업 대신 PF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별수주를 이어감과 동시에 부산 가덕도신공항 등 안정적인 공공공사 계약 물량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 중 현재까지 올해 경영계획을 공개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 등 7개 건설사의 올해 총 목표 수주액은 86조 25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실제 수주액(90조 8256억 원)보다 약 5% 감소한 규모다. 건설사별로는 DL이앤씨(연결 기준)의 올해 목표 수주액이 11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실제 수주액(14조 8894억 원)보다 약 20%가량 낮춰 잡았다. 현대건설(-15%)과 대우건설(-13%), 포스코이앤씨(-10%) 등도 수주 목표치를 두 자릿수 이상 하향 조정했다. 다만 지난해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펼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목표치를 각각 140%, 30%가량 높여 잡았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수주 잔고가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체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쳐 사업성이 확보되는 사업장만 수주에 참여해 수익성을 우선에 두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목표 수주액을 끌어내린 건 주택 부문이다.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의 올해 총 목표 수주액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11조 원대로 낮아졌다. 비중이 높은 주택의 목표 수주액을 지난해보다 약 2조 원씩 낮춘 영향이다. 또다른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 압구정, 한남, 성수 등 서울 알짜지역은 수익을 낮추더라도 사활을 걸겠지만 그 외 수도권은 자체 입찰 기준을 높였기 때문에 전체 주택 수주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현재로써는 지방 주택은 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의도와 압구정 재건축 시공권을 노리고 있는 현대건설은 주택 목표 수주액을 9조 원대로 유지하고, 삼성물산은 지난해 2조 원에서 올해 3조 4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수주 목표액 하향 조정의 또 다른 배경은 해외 및 플랜트도 시장 상황이다. 사우디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 등 굵직한 발주가 지난해 쏟아지면서 올해 먹거리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333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건설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동국가의 경우 최근 들어 시공 계약 조건으로 지분 투자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수주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입찰에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 사파니아 오일필드 확장공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사 금액은 2조 6000억 원대로 낙찰 시 지난해 해외 수주액의 약 30%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그러나 올해 공공공사 발주량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신규 공공공사 집행규모는 55조 5000억 원으로 전년(38조 1147억 원)보다 4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부산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발주하는 부지공사(11조 원), 접근철도(1조 2000억 원) 등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수주를 통해 토목 부문 수주액을 지난해보다 1조 원 높은 3조 5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