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8월부터 유가가 상당히(significantly) 올라 당초 예상보다 물가 안정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최근 글로벌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보낸 기고에서 이 같이 밝혔다. 또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인플레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판단할 때 이런 최근의 변화에 대한 영향을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오는 22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올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다. 하지만 연초 국제유가 상승·중동 불안 지속으로 한은 내부에서 물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한 위원은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아직 물가 목표 수준인 2%에 비해 상당폭 높은 수준”이라며 “뿐만 아니라 전망 수준과의 격차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최근 부동산 시장 연착륙으로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고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높고,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GDP 대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한은은 정부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이 비율을 낮추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