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먼 후티(족) 반군이 전쟁사에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얘기가 외신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로이터와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최근 미국과 영국 선박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공격 대상은 미국 선박 ‘스타 나시아호’, 영국 선박 ‘모닝 타이드호’였다. 이는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쟁을 비판하며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수십차례 공격한 연장선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홍해-수에즈운하-지중해)가 마비 지경에 이르자 미국은 다국적군을 규합해 홍해에서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폈고, 예멘 내 반군 근거지를 공습해왔다.
이 과정에서 후티 반군이 선박 공격과 반격을 위해 무인항공기(UAV), 대함순항미사과 함께 대함탄도탄(Anti-Ship Ballistic Missile·ASBM)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실전에서 대함탄도탄이 사용된 역사상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후티 반군은 홍해 상선에 공격을 감행했을 때 사용한 대함 탄도미사일(ASBM)은 이란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일명, ‘아세프’(Asef) ASBM은 500kg 탄두를 달고 최대 400km 거리의 함정을 목표로 타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SBM은 종말 단계에서 함선과 같은 해상의 이동 목표물을 찾아낸 뒤 이를 추적해 타격하는 탄도미사일이다. 중국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등 해상 전력을 자신의 세력권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핵심 무기가 ASBM이다. ASBM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이유다.
미 해군정보국(ONI)은 이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사거리)1500km급 ASBM을 실전 배치할 것이며, 이는 태평양에서 미 항공모함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통 통상 탄두의 폭발과 운동에너지로 항공모함을 한번에 격침 가능하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탄두와 달리 움직이는 항공모함에 이를 명중시켜야 해 굉장히 어려웠으나 기술의 발달로 현재는 충분히 위협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존하는 미사일 가운데 가장 위력적 무기체계로 탄도미사일을 꼽을 수 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사정거리가 1만km 이상이고 마하 3.0~5.0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해 전 세계 어디든 공격이 가능하다. 파괴력은 탄두 중량에 따라 핵무기급 위력까지 발휘할 수 있다. 이런 탄도미사일은 발사 플랫폼, 즉 발사 형태에 따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공중 발사 탄도미사일(ALBM)로 구분하고, 사거리별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나뉜다. 여기에 용도별로 대함 탄도미사일(ASBM), 다탄두 탄도미사일(MIRV), 조정가능 재돌입 운반체(MaRV)로 구분한다.
주목할 점은 대함 탄도미사일로, 원래 냉전 시절 소련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미 해군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한 무기체계였지만 도중에 핵무기 관련 군축 협상이 이루어지면서 미국과 소련의 합의로 상호 개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전력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근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 배경은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이 미국 군사력의 서태평양 활동을 차단·억제하기 위해 고안한 전략인 ‘A2/AD’(반접근·지역거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현재 군사력을 본다면, 당시 소련과 비슷한 상황이다. 미 해군력을 소련처럼 정상적인 무기 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다. 특히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에는 속수무책이다. 이에 중국이 항공모함을 우선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에 올인해 현재는 중국군에 실전 배치한 상태다. 그 성능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지만, 현재까지 보도된 바를 보면 중국이 내륙 사막지대에 철도 시스템을 갖춰 놓고 움직이는 75m짜리 모조 항공모함 타겟을 만들어 대함 탄도미사일 테스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군은 DF-21이 과연 정말로 1000km 밖의 대양을 30노트로 움직이는 항공모함을 명중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매우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군의 검증이라는 게 뻔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타겟과 망망대해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각종 방어 시스템과 방어 무기를 갖춘 실제 항공모함을 격추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는 판단이다.
중국군이 보유한 대함탄도탄은 크게 두 가지다.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MRBM) 사거리가 3500km에 달하는 대함 탄도미사일인 DF-21D는 길이 10.7m, 지름 1.4m, 발사중량 14.7t, 탄두중량은 600kg이다. 2단 고체 연료 미사일로 지난 2005년 시험발사했다.
또 다른 하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사거리가 5000km에 달하는 대함 탄도미사일 DF-26B형은 길이 14m, 지름 1.4m, 발사중량 20t이며 탄두중량이 1.2t~1.8t으로 무겁다. 2단 고체 연료 추진 미사일로 지난 2020년 시험발사했다. 이들 대함탄도탄은 사거리가 3000km 이상으로 괌을 공격권에 두고 있어, 이를 통해 미 해군, 특히 항공모한 전단의 접근을 원거리에서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중국 잠수함을 의식한다면 미국 항공모함은 중국 본토에서 1000km는 떨어져야만 한다. 문제는 1000km는 항모 탑재 전투기들의 작전 한계 거리다. 게다가 대함탄도미사일 DF-21 ASBM의 위협이 추가되면서 공격받지 않으려면 1000 km쯤 더 후퇴해야 하는 것이다. 대함 탄도미사일(ASBM) DF-21D의 실전 배치로 중국 연안까지 ‘맘 놓고 다녔던’ 미국이 이젠 2000km 앞까지만 가는 상황인 셈이다.
중국처럼 북한도 ‘북한판 A2/AD’ 구축에 속도를 내고있다. 당장 지난해 6월 북한은 ‘군사조직편제 개편안’을 심의·의결했다. 전략군을 2개의 부대로 분할·개편하는 것이다. 우선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경우 방어와 대응 타격을, 다른 하나는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은 방식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역시, 북한판 A2/AD 전략 수립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첨단 무기들 개발과 수립된 전략의 시연, 실전 훈련에 나서는 것은 그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판 A2/AD를 완성하기 위한 다양한 장거리 타격자산들이 지난해 잇따라 등장했다. 미 본토를 겨냥한 화성-15형 ICBM부터 남한 내 미군 시설들을 겨냥한 초대형 방사포, 순항미사일 발사가 이어졌다. 특히 전술핵 운용부대 핵 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이라는 명칭으로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핵어뢰를 이용한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차단 훈련을 실시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최근 장거리 감시정찰 자산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북한이 A2/AD를 준비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로 꼽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과 8월, 11월에 만리경-1호로 명명된 정찰위성 발사를 지속적으로 시도했고 결국 위성을 띄우는 데는 성공했다. 지난 7월 무장장비전시회를 통해 새별-4형으로 이름 붙여진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정찰기, 지난 11월엔 평양 순안공항에서 IL-76 화물기를 개조한 조기경보기가 제작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