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꼬치에 꽂고 설탕물을 묻혀 만든 탕후루가 작년 여름부터 10~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어린이 치아 관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겉은 단단하고 끈적거리면서 안은 당분이 높은 과일로 이뤄진 탕후루는 충치 위험 뿐 아니라 잘못 깨물었다가 치아가 깨질 위험도 존재한다. 작년 한해 동안 신규 오픈한 탕후루 매장만 1300곳이 넘을 정도로 열풍을 일으키는 동시에 영양성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국회 보건복지위는 국내 최대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를 국감에 소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탕후루를 포함해 충치유발지수가 높은 음식 섭취는 소아청소년시기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미선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치과 교수의 조언을 들어보자.
충치유발지수는 특정 음식이 충치를 얼마나 일으키는지 당도와 점착도를 기준으로 1~50점까지 매겨진다. 점수가 높을수록 충치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당도가 높으면 세균에게 많은 먹이를 제공할 수 있다. 치아에 잘 달라붙는 점착도까지 높으면 꼼꼼하게 양치해도 잘 제거되지 않아 충치가 발생하기 쉽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인 젤리의 충치유발지수는 48점에 달하고 캐러멜, 엿, 딸기잼, 과자, 사탕 등이 뒤를 잇는다. 탕후루의 경우 아직 충치유발지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당도가 높고 끈적이는 특성상 젤리와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 교수는 “탕후루는 겉면이 딱딱하면서 끈적이기 때문에 깨물다가 치아에 금이 갈 가능성도 있다”며 “치아에 금이 생기면 그 사이로 음식의 찌꺼기가 들어가 충치를 일으키거나 금이 점점 넓어지다가 약해져 치아가 파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는 유치 자체가 영구치에 비해 약한 데다 스스로 치아 관리를 하기 어려우므로 충치유발지수가 높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탕후루, 젤리, 사탕 등의 간식을 아예 먹지 않을 수 없다면 섭취 후 3분 이내 양치를 하는 등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끈적이는 음식의 경우 물로 행궈내고 치아를 닦는 것이 좋은데 당장 양치가 어렵다면 물로만 헹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충치 예방의 기본은 올바르고 꼼꼼한 칫솔질과 치실 사용 습관이다. 특히 치아가 서로 맞닿은 면에 충치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칫솔질 후 반드시 치실을 사용해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해야 한다. 매 번하기 힘들 경우 저녁 양치 때와 주말에는 반드시 치실을 사용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이미 충치가 생겼다면 되도록 빨리 발견해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3~6개월 간격으로 치과를 찾아 구강 검진 및 방사선 사진 촬영 등 전반적인 검사를 통해 평소 구강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권한다. 치아 홈을 메워주거나 정기적으로 칫솔질이 덜 된 부위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 덩어리를 제거해주는 치면 세마, 불소 도포 등을 시행하면 효율적인 충치 예방이 가능하다. 물론 개인별 충치 위험도에 따라 정기검진 간격, 불소 도포 간격 등이 달라진다.
김 교수는 “간혹 어차피 빠지는 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유치에 충치가 생겼을 경우 진행속도가 빨라서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금방 썩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충치를 방치하면 통증이 생기거나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진다. 염증이 뼈 속에서 퍼지면서 얼굴이 붓고 전신적인 염증으로 번지거나 영구치가 나오는 자리가 부족해져 교정치료가 필요해질 수도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