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독일과 프랑스·폴란드 등 3개국 외교장관이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에서 ‘바이마르 삼각동맹’ 회의를 열고 안보 공조를 다짐했다. 브로츠와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무기를 생산하는 독일의 핵심 병참기지로 활용돼 큰 피해를 겪었다. 프랑스도 나치의 약탈과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세월이 흘러 3개국이 대등한 이웃 국가로서 아픈 역사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바이마르 동맹은 1991년 8월 독일 등 3개국 외교장관이 독일 바이마르에 모여 맺은 역내 협력체다. 당시 소련 붕괴를 맞아 공산당 통치로 고통을 겪었던 폴란드의 서방 진영 편입을 지원하고 독일과 폴란드 간 과거 문제를 청산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이들은 10개 항목의 선언문을 통해 유럽 통합 과정에서 3개국이 짊어져야 할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군사·과학·문화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개국 외교장관이 최근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회의를 갖고 바이마르 동맹의 부활 방안을 논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011년 이후 뜸했던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명실상부한 안보협의체로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프랑스 소설 ‘삼총사’의 명언까지 언급하며 3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 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7조 9000억 달러에 달해 3국 동맹의 위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 나라는 각국의 병력을 모아 ‘바이마르 전투단’을 활성화하는 등 실질적인 군사협력체를 만들어가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에 대응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유럽의 안보 공조 체제를 튼튼히 하겠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시대를 맞았다. 우리도 주권과 평화를 지키려면 압도적 힘을 키우고 자유·민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