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해도 환불 미적…납품업체와 유착도

[저출생, 이것부터 바꾸자-산후조리원] 사건·사고도 비일비재
국내 최대 기업형 산후조리원
3년전 문닫았지만 돈 안돌려줘
22곳서 특정분유 사용 '철퇴'

동그라미산후조리원 안양점의 모습.

산후조리원이 국가필수시설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됐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산모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의 비위 행위가 낮은 출산율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인 동그라미산후조리원(YK동그라미)은 국내 최대 기업형 산후조리원으로 국내외를 합쳐 40여 곳에 달하는 지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명목상으로는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한 재정 악화였지만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하며 무리하게 몸집을 불린 영향이 컸다.


피해는 결국 산모들의 몫이었다. 당시 입소한 산모들은 강제로 장소를 옮겨야 했고 출산을 코앞에 둔 만삭의 임산부 역시 부랴부랴 다른 산후조리원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이들은 산후조리원 측에 환불을 요구했다. 업체 측은 “곧 환불을 해줄테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돈을 돌려받은 산모는 소수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이 강남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하며 집단 대응에 나서자 그제서야 YK동그라미 측은 고소인들 한정으로 환불을 해주겠다고 나섰지만 피해자들이 이를 거절했다. 동그라미산후조리원에 분유를 납품한 일부 업체들도 납품 대금을 받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그라미산후조리원은 자신들과 관련된 업체들에 산모들의 명단을 넘겨주고 이와 관련한 수수료를 받아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브로커를 고용하기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들이 분유 납품 업체 등과 유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달 2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김대용·이병희·정수진 부장판사)는 분유 납품을 대가로 비정상적으로 낮은 이율로 대여금을 산후조리원에 빌려준 A 유업에 1억 44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판단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산부인과·산후조리원 25곳 중 22곳이 A 사 분유만을 단독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정부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산후조리원들이 벌인 비위 행위가 전체 산후조리원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출산 관련 시설의 신뢰도는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관리와 선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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