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사이트솔루션 직원들은 회사가 구현한 ‘메타버스’ 안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만나 실제와 똑같은 건설기계를 바탕으로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15일 분당 HD현대 글로벌R&D센터 7층에 위치한 버추얼 트레이닝 센터. 지난달 개소한 69㎡(약 21평) 크기의 비좁은 방 한편에 HD현대사이트솔루션 직원이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고 허공에 손동작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위치한 큰 모니터 속 캐릭터가 HD현대인프라코어의 굴착기 정비를 시작했다. 직접 건설장비가 있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정비를 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신체의 부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관련 매뉴얼을 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VR 검증 협업 플랫폼 체험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시공간적 제약 없이 내부 직원들이 가상현실로 들어가 건설기계 제품을 보며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직접 고글을 착용해 가상현실로 들어가자 인천 사업장 소속 직원의 캐릭터가 기자를 반겼다. 손에 쥔 컨트롤러를 조작해 그를 따라가니 HD현대건설 기계 계열사들의 굴착기·덤프트럭·휠로더 등이 실제 크기와 같이 구현돼 있었다. 특히 캐빈(조종석)에 탑승하니 공간감이 느껴지며 조종석의 스위치·모니터·기어·페달 등의 위치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버튼을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광산·동굴 등의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해 건설장비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도 실제와 같이 체험할 수 있었다.
VR 플랫폼은 설계 이후 제작을 앞둔 기계들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 속에서 직접 건설기계의 외관부터 엔진 등 내부를 직접 살필 수 있어서다.
내부 직원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게 회사 측의 계획이다. 박흥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선행기술연구 부문 상무는 “현재는 VR 플랫폼이 설계·성능·PS팀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되며 작업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며 “회사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만큼 앞으로는 유럽이나 북미 등 해외 바이어들을 위한 ‘대고객 솔루션’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트레이닝 센터 가운데는 실제 건설 현장을 14분의 1 크기로 축소해놓은 4평 남짓의 실내 훈련장도 만들어져 있었다. 훈련장에는 길이 40~60㎝, 폭 25~30㎝로 굴착기·휠로더·덤프트럭 등 실제 건설장비를 모사해놓은 RC 모델 16대가 눈에 띄었다. 각 RC모델에는 캐빈이 실제 장비와 똑같은 크기로 연결돼 있어 실제 시험장에서와 똑같이 운전해볼 수 있다. 여기서도 고글을 착용하면 RC모델 안 카메라를 통해 1인칭 시점으로 연결돼 장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오대진 HD현대사이트솔루션 구조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실내에서 안전사고와 시공간 제약 없이 운전 연습이 가능하다”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 임직원 200~300명 정도가 관련 교육을 받았고 최근에는 굴착기 등 면허를 합격한 직원도 등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