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드 아닌 로코 '닥터 슬럼프', 최악의 순간에서 만난 것 [현혜선의 시스루]

[리뷰]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슬럼프'
의사들의 이야기지만, 의학드라마 아닌 로코
'상속자들' 이후 10년만 재회한 박신혜, 박형식
박신혜 출산 후 3년만 복귀작으로도 주목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방송 담당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닥터 슬럼프' 스틸 / 사진=JTBC

'닥터 슬럼프'는 얼핏 보기에 의학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물들의 직업이 의사일뿐, 병원을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 인생의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 인물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힐링을 선사한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슬럼프'(극본 백선우/연출 오현종)은 백억 대 소송과 번아웃, 각자의 이유로 인생 최대 슬럼프에 빠진 의사들의 망한 인생 심폐 소생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전국 1등을 하는 공부 천재 여정우(박형식)와 남하늘(박신혜)은 같은 반 라이벌이다. 둘은 의대에 진학하고, 여정우는 스타 성형외과 의사로 남하늘은 대학병원 마취과 의사로 성장한다. 그러던 중 여정우는 의료 사고로 소송이 걸리면서 그동안 쌓아놓은 모든 것을 잃는다. 남하늘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우울증에 걸려 병원을 그만둔다. 여정우가 남하늘이 사는 집 옥탑으로 이사오고,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위로를 얻는다.


◇ 의학 드라마 아닌 로맨틱코미디 = '닥터 슬럼프'는 의사들의 이야지만, 의학 드라마가 아닌 로맨스물이다. 그간 국내에서 방송된 의학드라마는 환자들의 케이스와 수술 장면에 집중해 큰 사랑을 받았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후 나온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사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환자들의 에피소드보다 인간적인 의사들의 면모에 집중했다. 그러나 '닥터 슬럼프'는 배경 자체가 병원이 아니다. 병원이 등장하긴 하지만, 주 무대가 아닌 것이다. 제목에 '닥터'만 들어갔을 뿐이다.


'닥터 슬럼프'는 인생의 끝에 선 두 친구가 서로를 통해 치유받는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승승장구할 것 같은 인생을 살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추락하는데, 이런 이들을 이해하는 건 서로다. 여정우는 탄탄대로 같은 인생을 살았다. 인터넷 방송 초반, 의학 지식을 전달하는 채널을 개설해 선구주자가 됐고 이를 통해 스타 의사 반열에 올랐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그가 의료 사고로 한순간에 전재산을 잃고 옥탑방에 살게된 상황이다. 남하늘은 공부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공부가 가장 재미있고, 높은 성적을 얻어 부모님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게 낙이다. 인생에 다른 취미는 없고, 친구도 거의 없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면서 교수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만, 인내한다. 그러다가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번아웃이 와 일을 그만둔다.



'닥터 슬럼프' 스틸 / 사진=JTBC

◇ '마라맛' 작품 홍수 속 힐링물의 매력 = OTT가 등장하고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일명 '마라맛' 작품이 대거 등장했다. 자극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자극적인 콘텐츠 속 힐링물은 그만의 슴슴한 매력이 있다. 잔잔하게 흘러가면서 편안한 감성을 안방극장에 전달할 수 있다. '닥터 슬럼프' 역시 차분하고 잔잔하다. 인물들의 상황상 감정적으로 극한에 치닿을 수 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건 차분하고 어른스럽다. 감정을 마구잡이로 쏟아내지 않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침착하게 풀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들이다. 학창시절 앙숙이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에 위로를 받고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힐링으로 다가간다.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는 이들의 로맨스가 어떻게 흘러갈지, 위로받은 마음을 발판삼아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 '상속자들' 이후 재회한 박신혜와 박형식의 '케미' = 박신혜와 박형식은 지난 2013년 방송돼 최고 시청률 25.6%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끈 SBS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박신혜와 박형식은 로맨스 호흡이 아닌, 같은 반 친구 사이로 호흡했다. 10년이 지나 한층 성숙해진 이들은 교복을 벗고 의사 가운을 입었다. 하이틴을 넘어 성숙한 로맨스를 선보이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박신혜는 결혼과 출산 이후 3년 만에 복귀작이다. 그동안안 수많은 로맨스물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