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韓법인 둔 외국기업, 본국에 납부한 세금은 공제 안돼"

중국은행, 385억 세금 소송 최종 패소
한국 지사 자금으로 중국서 소득 거둔 뒤
중국에 낸 세금을 한국서 공제해달라 주장
法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 행사할 수 있어"

중국은행. 연합뉴스

외국 법인이 한국에 설립한 지사 자금을 이용해 본국에서 소득을 거둬 법인세를 낸 경우 이를 한국에선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 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중국은행이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358억 원 규모의 법인세 취소 소송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비용도 중국은행 측이 부담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중 조세조약에 따라 고정사업장 소재지국인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고, 거주지국인 중국이 이중과세를 회피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세액 공제가 불가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외국 법인이 한국에 법인세를 낼 때 외국에 납부한 만큼을 공제하고 납부할 수 있다. 다만 외국 법인이 본점이 있는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도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 대상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해석이 엇갈려왔다.


재판부는 "외국 법인이 그 거주지국이나 우리나라가 아닌 제3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제3국에 납부한 세액에 관하여는 법인세법 규정에 의하여 우리나라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더라도 그 세액이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원고인 중국은행은 본점 소재지인 중국 외에 서울에도 사업장을 두고 국내에서 금융업을 영위 중이다. 서울지점은 국내 조달 자금을 중국은행의 중국 내 지점에 예금하거나 중국 내 사업자에게 대여하고, 이에 따른 이자를 수취해왔다. 이에 중국은행은 우리나라에 법인세를 신고·납부하면서 중국은행 서울지점에 지급할 이자 중 10% 상당액을 원천징수해 중국 과세당국에 납부했다는 점을 들어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해 법인세를 신고했다.


하지만 종로세무서는 제3국이 아닌 원고의 거주지국인 중국에 납부된 세액이기 때문에 세액공제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해 법인세를 그대로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행은 법인세부과처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은행 서울지점의 소득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납부세액공제에 대한 법인세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2심은 원심을 뒤집고 중국은행이 법인세를 세액 공제 없이 그대로 납부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외국법인이 그 거주지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하여 해당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에 관한 법인세법에 따른 외국납부세액공제의 가부와 관련된 판단 기준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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