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m 굴뚝 농성·건물철거 저지선…다시 극단으로 간 노사 갈등

“노조원 복직 요구”…화물연대 고공 농성
공권력 비판 등 정부 갈등 연장선 성격도
‘고용 승계’ 옵티칼 노조, 공장 철거 저지

한국알콜 울산공장에서 동료 노조원의 해고에 항의하던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 2명이 17일 55m 높이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나라가 잘 돌아가는지 굴뚝을 보면 압니다. 정부에서 안 도와주고, 기업이 (기업의) 이익만 이야기하면 (노동자가) 옥상으로, 굴뚝으로 점점 고공으로 올라갑니다. 정부의 민심 탐지 능력은 굴뚝을 보면 됩니다."(2022년 8월 국회 환경노동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다시 노동자가 '굴뚝'으로 오르고 있다. 굴뚝 농성은 노사와 노정 관계가 악화될 때 일종의 징표로서 반복됐다. 올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됐지만, 현장의 노사 갈등은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는 우려가 불가피하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알콜 울산공장에서 동료 노조원의 해고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화물연대본부 소속 노조원 2명이 17일 새벽 굴뚝으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55m 높이 굴뚝에 올라가 상부 공간을 점거했다.


화물연대는 작년 11월부터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해 한국알콜 사측의 부당한 탄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고공농성은 하나의 사안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며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표적 폭력, 과도한 경찰의 사측 비호, 화물운송산업 내 만연한 화물노동자 갑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고공농성은 단시간 해결되기 어려울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2022년 이번 의료계와 정부 갈등처럼 집단운송거부를 결정할 때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례가 있다. 지난 1일 충남 아산에서 한국알콜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조직적인 반발을 해왔다. 연대는 고공농성 철회 조건으로 해고자 복직뿐만 아니라 노조 탄압 저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개입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가 16일 경북 구미 하이테크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며 법원 집행관들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조원의 고공 농성도 장기화 국면에 빠졌다.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경북 구미공장이 화재로 전소하자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18년 간 1900억원대 흑자를 낸 구미 알짜 기업의 예상 못한 악재였다. 이후 사측은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하지만 희망 퇴직을 받아들일 수 없던 일부 직원들은 공장 폐쇄 결정 때부터 전방위로 회사 청산 결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2022년 12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듬해 1월부터 두 달에 한 번 꼴로 릴레이 집회를 이어왔다. 공장 철거에 관한 행정권이 있는 구미시에 해결책을 촉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입도 요청했다. 협력사들과 한국옵티칼의 모회사인 일본 닛토덴코, 일본 대사관도 찾았다.


하지만 노사는 강대강 구도다. 다른 계열 공장으로 고용안이 거부당하자, 한국옵티칼 측은 남은 직원들을 상대로 가압류 소송을 제기했고, 공장철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남은 직원 11명 중 여직원 2명이 1월 8일 구미공장 출하장 건물에 올라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공장 철거를 막기 위해 금속노조 측 노조원 등 1000여명이 건물 입구에서 망루를 설치하고 저지 방어선을 구축했다. 망루에는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감은 노조원도 있다. 이로 인해 법원이 14일 시도한 공장 철거 강제 집행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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