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전공의 오늘까지 집단사직…내일부터 진료 안본다

■정부, 비상진료대책 수립
폐암 등 중요 수술 앞둔 환자·환자 가족 불만 쇄도
삼성서울, 교수부터 간호사까지 ‘수술연기’직접 설명
“장기화하면 평시 4분의 1로 수술 줄어들 것” 전망도
■의료계 집단행동에 싸늘한 여론
의대 증원은 "국가 과제·국민 요구"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 등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앞두고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 연기 등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전공의 비중이 높은 수도권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진료 공백에 따른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6개 적십자병원, 보건소 등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며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로 불리는 서울 시내 대형 병원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기정사실화하고 수술 스케줄과 당직 근무 등을 조율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빅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전공의들은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며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주치의로서 입원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우선 빅5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20일 이후 파업에 들어갈 것에 대비해 스케줄을 조절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상 수술 하루 전 환자가 입원하는 만큼 19일 입원 예정인 환자부터 수술 일정 연기를 통보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16일 병원 내에 긴급 공지를 내렸다. 19일부터 마취통증의학과가 평소 대비 50% 미만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진료과별 수술 스케줄 조정·운영에 대해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19일 수술 예정 환자 중 입원 대상, 연기 명단을 원무팀에 전달해달라는 내용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한 주에만 약 1600건의 수술이 진행되며 이미 이번 주로 예정된 수술이 절반가량 취소된 상황이다. 병원 측은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4분의 1까지 수술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20일에는 응급수술만 진행할 예정이다.


하루에만 200건에 달하는 수술을 소화하는 삼성서울병원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공백 상황에 대비해 집도의 교수, 전임의(임상강사), 전공의, 전문 간호사 등이 환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수술 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 병원 역시 전공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했을 때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수술·입원 스케줄 조정 방안과 대체 인력 배치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일부 병원은 환자들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거나 수술 연기가 가능한 환자의 명단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20일이 돼야 정확한 사직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만일에 대비해 환자의 안전과 진료 불편 최소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병원 차원의 대처도 있겠지만 진료과별로 융통성 있게 조절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기 밥그릇 챙기는 게 의사가 할 짓이냐”환자·환자 가족의 불만 쇄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술을 앞두고 있던 환자들이 의료계의 집단행동 여파로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사연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음 주가 엄마 폐암 수술이었는데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밀리게 됐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 씨는 “엄마가 폐암 4기라 약 2년간 항암 치료를 받았다. 항암 치료 약도 이제 없는 와중에 다음 주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오늘도 피 검사하고 수술 전 마지막 검사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담당 교수에게 전화가 오더니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안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요즘 뉴스는 봤지만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환자 생명으로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이냐”고 분노했다. A 씨가 첨부한 입원 예약 안내문에 따르면 A 씨의 어머니는 19일 입원해 20일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과 관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복지부와 지자체의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이미 운영 중이고 관계 부처, 지자체, 공공병원 등에서도 비상 진료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상급병원은 중증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전국 400곳의 응급 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3개 병원, 715명 사직서 제출…조규홍 "집단행동땐 법적조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가 700명을 넘었다. 아직 사직서가 수리된 경우는 없지만 정부는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가동하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또 전공의들이 실제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100개 수련병원 중 23개 병원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실제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전공의가 실제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정부는 국민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집단행동보다는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조 장관은 전일 집단행동 추진을 결정한 대한의사협회와 관련해 “의협 비상총회에서 대화가 아닌 투쟁의 방식을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 진료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휴진할 경우 국민들이 동네에 문을 여는 의료기관 정보를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적극 안내하기로 했다.




국민 4명 중 3명, 의대 증원 긍정적..."정부, 이번엔 물러서지 말아야"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 등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권욱 기자



수도권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료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지지 여론도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 “의대 증원에 맞선 의사 집단 진료 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비윤리적 행위”라며 “국민들이 나서서 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자를 살려야 할 의사들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며 집단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반의료 행위로 의사 윤리 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벌써부터 예약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입원 날짜가 미뤄지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응급실·수술실 등 필수 업무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은 의사들이 맞서 싸우려는 정부의 야욕이 아니라 의료 붕괴의 재앙을 막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고 국민의 요구”라며 “19일 전공의 집단 사직과 진료 중단에 따른 환자 피해 사례와 의료 인력의 고충 사례를 전면 조사해 국민 앞에 공개하고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모든 국민들과 국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조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집단 진료 중단 의사에게 항의와 호소의 메시지 보내기 △집단 진료 중단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에게 응원 메시지 보내기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진실을 알리는 내용 전달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단체 입장 발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의 진료 정상화 설득 △집단 진료 중단을 막기 위한 국민 촛불 행동 등을 제시했다.


이달 15일 저녁 서울시의사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최한 ‘의대 정원 증원·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 대회’도 뒷말이 무성하다. 당시 한 참가자는 단상에 올라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어떻게 떠나느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환자 없이 의사가 없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만류하는 표현을 비꼰 것으로 해석됐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에는 “이기적이다” “특권 의식이다” 등의 비판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앞서 중견 의사들의 강경 발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적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의대 증원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에 달해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16%)’는 응답을 압도했다.



50대 회사원인 한 모 씨는 “의대 정원을 반드시 늘려 의사들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며 “로스쿨제도를 도입해 변호사 등 법조인을 늘렸듯 의대 정원도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는데 의사들만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번에는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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