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경찰에 형사 입건된 가상화폐 업체 대표가 수사를 받던 중 경찰 고위직을 만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경찰 고위직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고발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접수됐다.
19일 공수처 등에 따르면 이날 모 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청장에 대한 고발장이 공수처에 접수됐다. 고발인은 해당 가상화폐 피해자들의 법률 상담을 맡고 있는 진현수, 홍푸른 디센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은 A 청장에게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위반,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A 청장이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상화폐 업체 대표 B씨를 지방경찰청 사무실에서 접견하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고발인들은 A 청장이 경찰청 또는 행정안전부에 서면으로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1항 제8호는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 자임을 안 경우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소속기관장에게 그 사실을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A 청장이 집무실에 B씨를 비롯한 피의자들을 초대해 사진을 촬영했고, 피의자들은 사진을 SNS에 유포하며 사기 범죄를 고도화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직무유기를 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경찰공무원법 제24조 제2항, 형법 제122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홍 대표변호사는 “현재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막강한 수사권한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와 같은 피의자들과의 사적인 만남을 하거나, 수사상황을 유출하는 등 현직 수사공무원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가진 ‘사건 브로커’들이 암약하고 있다”며 “이들의 개인적인 관계를 엄정하게 수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중순께 B 대표는 자신의 SNS 등에 한 지방경찰청 접견실에서 A 청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게시했다. B 대표 등은 “코인이 거래소 에 상장되기 전에 10% 싸게 사면 상장 후 몇 배는 더 이득을 볼 것”이라며 투자자 30여 명으로부터 32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이를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가상화폐는 지난해 1월까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을 유죄로 판단해 송치할 계획이다.
A 청장은 “친한 고향 선배가 방문한다고 해 허락했는데, 아들과 아들의 친구인 B 대표가 함께 왔다”며 “B 대표가 해당 가상화폐 사기 의혹 당사자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