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2년이 된다. 서방 국가의 제재와 고립으로 초반 열세를 보이던 러시아는 전쟁이 장기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이스라엘-하마스 충돌로 국제 여론이 분산된 데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며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최근에는 격전지였던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가 탈환하며 양측의 전투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 속 650조원 재건 사업 모색=전장의 포격은 여전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전후(戰後)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재건 지원 협의체를 꾸리는 한편, 개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접촉해 부흥 사업 논의를 펼치고 있다. 향후 10년간 재건 비용이 650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에 따라 대규모 수익 창출을 노린 러브콜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19일 일본 도쿄에서는 일본-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부흥 추진회의’가 열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참석한 이 행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의 민간 투자 및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시다 총리는 “농업부터 제조업, IT까지 총망라한 경제발전을 목표로 관민 일체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며 “일본의 전후·재해 부흥 경험과 선진 기술을 활용해 올 재팬(All Japan)으로 부흥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日-우 추진회의 열고 기업 협정 수십개=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의 민간 투자를 촉구하는 구체적인 정책이 소개됐다. 진출 기업의 이중과세를 막고자 조세 조약을 맺는 한편, 투자 협정 개정 협상에도 합의했다. 한국의 코트라에 해당하는 일본 무역진흥기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무소를 내고, 기업인들의 방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상용 비자 요건도 완화한다. 이날 하루 양국 기업 간에는 50건 이상의 협력 문건이 서명됐다. 앞서 공개된 내용을 보면 스미토모상사와 가와사키 중공업이 우크라 국영 가스 수송시스템 운영회사와 제휴를 맺고 가스 수송 압축기 현대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라쿠텐그룹 산하 라쿠텐 심포니는 통신망 정비에 나선다.
향후 재건 사업에 따른 수주 기대감은 주요 국가들의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으로 2022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29.1%나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공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2025년 실질 GDP 성장률은 6.5%나 된다. 2026년 수치 역시 5%다. 여기에 향후 재건에 필요한 자금 규모도 어마어마해 사업 선점을 위한 물밑 작업도 활발하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이후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금액은 4860억 달러(약 649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잠재력을 보고 아일랜드 건축자재 기업 킹스팬그룹의 킹스코트는 자국 정부 지원 속에 우크라이나에 생산거점을 세우는 등 2만8000만 달러 넘는 투자를 추진 중이며 독일의 픽싯(Fixit) 역시 정부 투자보증을 바탕으로 리비우에 제2공장을 마련했다.
◇韓도 공조 가입·재원 마련 등 리스크도=한국 역시 최근 주요 7개국(G7)이 주축인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공여자 공조 플랫폼(MDCP)’ 회원국으로 신규 가입했다. 정부는 관련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하지 않았고, 오랜 전쟁에 따른 경제 기반 붕괴, 전후 정치 혼란 가능성 등 위협 요인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침공 전부터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만연해 있었다”며 “해외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비즈니스 환경의 투명성 확보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