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설)를 마치자마자 경제 안정화를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리창 총리가 경기 둔화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주문하자 주요 지자체들이 일제히 구체적인 방안 논의에 들어가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19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모든 부서는 신속하게 업무에 돌입해 (정책) 실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양질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2주가량 앞두고 각 부처에 실행 가능한 경기 부양책을 하루빨리 내놓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정부 명령에 주요 경제 중심지들은 각기 대책 회의를 열고 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중국 최대 경제 규모를 가진 광둥성은 올해 정보기술(IT)·신소재 등 1500개 이상의 투자 프로젝트에 1조 위안(약 185조 원)을 배정했다. 아울러 9000여 개 기업의 기술 점검을 돕고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한편 다수의 새로운 과학 연구 프로그램을 개시하기로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공약이 부동산이나 금융 투기 같은 오래된 수단에서 첨단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에 주목하며 “급속한 확장 대신 경제 성장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국가적 정책 추진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시는 ‘일류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위한 새로운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무역 업체들의 면세 신청서 제출 등 행정 절차를 용이하게 하고 외국 투자 기업들을 위한 표준화된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안도 담겼다. 산둥성과 안후이성, 랴오닝성 당국 역시 기업 환경 개선과 투자 촉진 등 고품질 발전을 위한 해법에 집중했다.
광둥성 싱크탱크인 광둥체제개혁연구회의 펑펑 회장은 “지방정부들의 이번 회의 소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안정화가 얼마나 시급한 문제가 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노동 시장 침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지속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춘제 연휴 기간 소비가 활성화됐지만 이 역시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0.8%, 2.5% 내리며 동반 하락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