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TSMC 공장 가동 속도전…K반도체 겹겹 규제로 게걸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짓는 파운드리 1공장이 이달 24일 준공된다. 2022년 4월 착공부터 따지면 22개월 만에 공장이 완성되고 가동되는 것이다. 5년이 예상되던 팹 건설 일정을 3년이나 단축한 것은 ‘반도체 재건’에 사활을 건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물심양면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투자금의 절반가량인 4760억 엔(약 4조 2400억 원)의 파격적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토지 규제까지 완화했다. 지자체도 도로 정비와 용수 문제 해결 등에 신속 대응하며 24시간 공사를 뒷받침했다. 올해 말에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6나노급 2공장도 착공된다. 반도체 제조 강국 부활을 노린 일본의 승부수가 통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국가 차원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2022년 반도체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보조금으로 자국의 첨단 전략산업을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반도체 산업 자립·육성을 위해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수백 억 달러의 정부 자금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생산량이 5~7년 안에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속도전처럼 전개되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은 ‘게걸음’이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부지가 선정됐지만 용수·전력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다섯 차례나 착공이 연기됐다. 이르면 내년에 첫삽을 떠서 2027년에나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이 반도체 육성에 얼마나 진심인지도 의문이다. 올해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 3000억 원에 그쳤고 그나마 보조금 지원은 없다. 올해 일몰 예정인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를 연장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야권에선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의 목표 시기는 2047년이다. 이런 속도와 실행력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기술 초격차 확보를 통한 선도자 역할을 하기는커녕 K반도체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렵다. 반도체 대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겹겹 규제의 과감한 혁파와 세제·금융 등 전방위 지원에서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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