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파동 터진 민주당 ‘비명 학살’ 현실화…김영주 이어 탈당행렬 이어지나

‘하위 20%’ 현역 31명 통보에 반발 확산
4선 김영주 이어 탈당 행렬 이어질 수도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의원들에 대한 통보를 시작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특히 하위 20% 명단의 상당수가 비명(비이재명)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명계 공천 학살’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인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전날 “민주당이 제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 영등포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원욱(3선)·김종민(재선)·조응천(재선) 의원에 이은 4·10 총선 국면에서의 네 번째 탈당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이하 해당자에게는 경선 득표의 30%, 하위 10∼20%에는 20%를 각각 감산하는 방침을 세웠다.


김 의원은 “지난 4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시민단체, 언론으로부터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아 왔다”며 “그런데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저는 친명(친이재명)도 반명(반이재명)도 아니다”면서 “그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는 이 대표의 원외 세력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채현일 전 영등포 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최근에는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협상을 진행 중인 새진보연합의 용혜인 상임대표가 이곳에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위 20% 명단에는 김 의원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위원이나 당 지도부 등 요직을 맡은 이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른바 ‘친명’ 의원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재명 대표가 일부 예비후보들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전화를 돌리면서 ‘사천(私薦)’ 논란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일부 지역구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까지 진행되면서 당의 공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논란에 휩싸인 ‘하위 20%’ 평가를 앞세워 중진 물갈이를 시도할 경우 ‘공천 파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김 의원에 이어 추가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4년 전 총선에선 철저히 보안이 유지됐던 ‘하위 20% 명단’이 이번에는 공관위의 통보와 동시에 외부로 유출되면서 민주당이 자랑하던 ‘시스템 공천’이 무너졌다는 비판마저도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을 강조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비명계 공천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대로는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을 왜곡하는 당내 나쁜 정치는 제압돼야 한다”며 “사무총장을 비롯한 대표의 핵심들은 불출마로 헌신하고 통합 공천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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