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룰라 대통령에 대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를 공식 선언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제37차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쟁이 아니라 집단 학살”이라며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언급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은 역사상 없었던 일”이라며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기로 했을 때 정도만이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소식이 전해진 후 이스라엘 정부는 크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곧장 성명을 내고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홀로코스트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유대 민족과 이스라엘 자위권을 해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을 나치와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에 비교하는 것은 ‘레드라인’을 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일 룰라 대통령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비우호적 인물’, ‘외교적 기피 인물’이라는 뜻으로 수교국에서 파견된 외교관·외교사절의 이력 또는 비정상적 외교활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접수국은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할 수 있다. 파견국이 이를 통보받으면 바로 해당 외교관을 본국으로 소환하거나 해임하는 것이 관례다. 룰라 대통령이 파견된 외교관이나 외교사절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는 그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주이스라엘 브라질 대사를 홀로코스트 박물관인 야드 바솀으로 불러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심각한 반유대주의 공격”이라며 “대통령이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할 때까지 나와 이스라엘 국민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자국 대사에 브라질 본국 소환 통보를 이날 결정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