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10분 정도 대기하면 들어갔는데…오늘은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성찬모(62) 씨는 팔짱을 낀 채 진료 대기실을 서성였다. 2층 심장뇌혈관병원 대기실은 5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했다. 대기석이 가득 찬 탓에 7~8명의 내원객이 성 씨처럼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성 씨는 “11시 10분으로 예약했고, 8시 50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진료를 앞당겨주지 않았다. 원래 대기자가 없으면 앞당겨주는데 오늘은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분 뒤 다시 만난 그는 “아직도 못 들어갔다. 5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이날 삼성서울병원 곳곳에서는 파업 여파가 드러났다.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으러 온 박 모 씨는 “파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의사가 진료 예약 시간보다 10분 늦게 진료실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아예 당일 접수를 거절하는 과도 있었다. 심장뇌혈관병원 접수대에 순환기내과 접수가 가능하냐고 묻자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를 보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접수 담당자는 “평소에도 예약 없이는 진료가 어려운데 지금은 전공의 파업 때문에 있던 진료도 뒤로 미루는 상황이라 접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평소보다 대기 인원이 줄어든 과도 있었다. 오전 11시경 방문한 산부인과 대기실에는 군데군데 빈자리를 남긴 채 1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산부인과 외래 접수를 담당한 간호사 A씨는 “평소 하루에 300~400명이 방문하는데 오늘은 224명으로 적은 편이다. 원래 대기실에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환자들에게 진료 연기 안내 문자를 보내서 내원하는 환자가 적은 것 같다. 진료뿐만 아니라 수술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여파는 수술 대기 환자에게도 미쳤다. 뇌경색 수술을 받은 남편을 보러 온 안 모(77) 씨는 “남편이 원래 오늘 수술 받을 예정이었는데 어제로 앞당겨졌다. 자세한 이유는 못 들었지만 아마 의사 파업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간호사 B씨는 “교수들이 하는 외래 진료는 파업의 영향이 적지만, 전공의들이 있던 병동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