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해 44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코레일 예상의 2배 가까이 된다. 정부의 계속된 물가 잡기에 철도 요금을 올리지 못한 이유가 큰데 올해도 들썩이는 물가에 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레일의 경영 상황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코레일의 ‘2023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의 영업손실은 44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969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446억 원 늘었다. 이로써 코레일은 2017년부터 7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코레일은 지난해 8월 수립한 ‘2023~2027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2308억 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철도 요금 동결이라는 구조적인 요인에 전기요금 인상, 이자비용 상승이 겹쳤다. KTX와 새마을호 등 간선철도 운임은 2011년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 소비자물가는 30% 넘게 뛰었다.
전기요금 인상의 여파도 있다. 코레일이 지난해 쓴 전철 전기료는 4637억 원으로 1년 전(3979억 원)보다 658억 원 증가했다. 이자비용 역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의 부채는 20조 4654억 원으로 1년 전(20조 405억 원)보다 4249억 원 늘었다. 부채비율은 2022년 222.6%에서 지난해 237.9%로 1년 새 15.3%포인트 올랐다. 치솟은 부채에 코레일이 지난해 부담한 이자비용은 4745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하루 이자로 13억 원을 쓴 셈이다. 코레일은 올해 부채 규모가 21조 678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코레일의 철도운임 체계를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올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데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정부 입장에서 민생과 직결된 철도운임 인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상반기까지 물가가 3% 안팎을 기록하다가 하반기에 2%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로 코레일의 설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레일의 안전 투자 예산만 봐도 지난해 1조 9224억 원에서 올해 1조 8473억 원으로 8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내년 안전 투자 예산은 1조 5319억 원으로 올해보다 3000억 원 넘게 쪼그라든다. 신규 투자가 위축될 경우 최근 5일째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된 경원선 사례와 같이 시설 고장으로 시민 불편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요금 인상에 앞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노선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2022년 기준 손실을 낸 코레일 노선은 총 24개 중 22개다. 특히 수익성 하위 노선 10개는 최근 10년간 한 번도 영업이익을 올리지 못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일반 철도는 요금 정상화 이전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지역 간 철도를 고속철도 중심으로 개편하고 일반 철도의 비수익 노선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