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첫날 르포] "진료 못 받을까 걱정"…전공의 떠난 암병동 환자들 '노심초사'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가보니
"의사들 본인 이익만 생각" 분통
전공의 파업 여파에 주치의 변경도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한 환자가 전날 받은 진료 대기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신서희 견습기자


"담당 전공의들이 나중에 이렇게 아픈 환자가 됐을 때 의사가 없으면 어떡할까요?"


인천에 거주하는 최영현 씨는 아내의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전공의 파업 소식을 듣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의사 부족과 응급실 포화상태가 심각해 진짜 심각한 환자들 진료가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의사들도 병에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는데 왜 (의대증원에) 반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암병동을 찾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정부 의대 정원 방침에 반발해 전날 대거 사직서를 낸 뒤 이날 병원 근무를 중단한 만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암과 같이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수술이나 진료 연기는 치명적이다. 빅5 병원 등 수련병원은 상급 종합병원이자 3차 의료기관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할 경우 위중한 환자의 관리나 큰 수술 등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원주에서 이날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온 나 모 씨는 “항암 주사를 맞기로 해서 지방에서 왔는데 병원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문자가 왔다"며 “암병동이 평소에도 대기가 긴 편이긴 한데 문자를 받고 더 걱정했다”라고 토로했다.


다행히 전공의 파업에도 이날 암병동을 포함한 외래진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이었다.


혈당 문제로 병원을 찾은 권 모 씨는 “의사들이 환자를 버리고 진짜 오래 (파업) 할 것 같지는 않다”라며 “예약이 밀리거나 그런 경우도 거의 없고 의사들이 세심하게 잘 봐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심장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박 모 씨 역시 “담당 주치의가 바뀌었지만 아직 예약이 밀리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거듭 '의사 파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권 씨는 "환자 입장에서 파업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씨도 “의사 파업은 너무 돈만 생각하는 것”이라며 “환자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너무 본인들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들의 수술과 진료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브리핑에 따르면 전국 병원에서 응급·당직 체계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 600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요 100개 수련병원의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에 복지부는 지금까지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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