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학살’ 현실화…쪼개진 민주당

박용진·윤영찬, ‘하위 10%’ 통보…“살아남겠다”
‘친문’ 집단행동 가능성 제기…탈당파는 ‘러브콜’
이재명 “환골탈태 과정의 진통…모두 만족 못해”
국힘은 ‘표정관리’…한동훈 “李, 하위 1% 들 것”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화하고 있다. 민주당 공관위는 박 의원에게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포함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의정 활동 평가 하위 20% 명단에 든 의원들을 상대로 개별 통보에 나서면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해당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집단행동까지 예고하고 있어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북을 재선의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 활동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022년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완주하며 이재명 대표와 끝까지 맞붙은 바 있다. 현 지역구에서는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과 공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박 의원은 “힘을 가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면서 “당에 남아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 윤영찬 의원도 이날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면서 “특정인 찍어내기 공천은 민주당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불온한 시도를 꺾고 승리하겠다”며 역시 민주당 잔류를 택했다.


민주당은 평가 하위 10% 이하에는 경선 득표의 30%, 하위 10∼20%에는 20%를 각각 감산한다. 전날 ‘정세균계’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하위 20% 통보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김 부의장에 이어 당내 ‘소장파’로 불리는 박 의원까지 현역 하위 명단에 포함되면서 비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친문’ 의원들은 전날 밤 긴급 회동을 갖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명계 찍어내기가) 계속되면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에 헌납하게 될 것”이라며 “당을 정상화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의 추가 탈당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탈당파’ 의원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개혁신당에 몸을 담은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친명당’이 민주당이라 여기시나. 탈출하셔야 한다”고 적었고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개인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분이 커지자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일부 언론사가 추측성으로 평가 하위 20% 운운하며 허위 사실을 기사화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왜 이재명 대표가 원하는 결과만 나오느냐”며 “박용진이 하위 10%면 이 대표는 하위 1%에 들어갈 것 같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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