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대폭 증원에 의사들 반대하지 않는 해외 선진국들을 보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로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부 응급실이 마비된 데다 전국 대형 병원들은 진료와 수술을 대폭 줄여 암 환자 등 중증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 안보, 치안과 함께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의대 대폭 증원이 ‘정치 쇼’라고 주장했다. 거대 야당 대표가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정쟁 소재로 활용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의대 증원을 순조롭게 추진하는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해왔다. 독일의 경우 2018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2% 늘려 2022년 입학 정원이 1만 1752명에 이른다. 이것도 역부족이라고 보고 5000명을 추가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단계적으로 증원해 현재는 2007년 대비 20% 늘어난 약 9400명을 뽑는다. 영국도 2031년까지 의대 입학 정원을 2021년 대비 약 36% 많은 1만 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의대생을 대폭 늘려도 의사들의 집단적 반발 움직임은 없었다. 일본의사협회는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반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지난해 의사협회장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당장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사들은 해외 사례도 돌아보면서 하루빨리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 환자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 더 나아가 선진국의 의사 단체들처럼 국민의 건강을 우선 생각하면서 필수·지역 의료 정상화 방안 도출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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