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한 20일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과 입원, 진료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를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진료를 보고 항암을 할지 소견을 들어야 하는데 진료가 1주일 넘게 늦어졌다"며 "지금 의사를 만나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병원에서 만난 수술을 엿새 앞두고 취소된 한 갑상선암 환자는 "암 수술 전부터 취소라니, 암 환자는 암을 키우라는 거냐"고 분노했다.
전공의가 빠진 대형병원에서는 "당장 2주도 버티기 어렵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급한 대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교수와 전임의 등으로 메우고 있지만,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하더라도 2∼3주를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82개 수련병원 소속 임상강사·전임의들도 입장문을 내고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라며 전공의에 이은 추가 이탈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등 전국 수련병원 대표자 100여명은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각자 의사 가운을 착용하며 총회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정부의 강경대응을 우려하는 의료계 커뮤니티 글을 보거나, 텔레그램에 복귀명령 불복을 시사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정부는 28차례나 의사 단체와 만나 대화하고 사법 리스크 감축, 지역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 수가 등 보상체계 강화,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지원 등을 함께 제시했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정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중 6415명(55%)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831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오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