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4조 원이 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잭팟’을 터뜨린 삼성중공업(010140)이 국내 조선사 가운데 처음으로 LNG 벙커링 사업까지 진출한다. 직접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
2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LNG 벙커링을 위한 다목적 바지선을 지난해 말 건조해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선박명은 ‘그린 누리호’로 6000㎥ 용량의 LNG 탱크 1기와 350㎥ 용량의 액화질소(LN2) 탱크 2기로 구성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LNG 벙커링을 위한 사업 권한을 획득한 데 이어 다음 달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선박연료공급업’과 ‘선박용 천연가스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해 해당 사업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 LNG 운반선·추진선의 화물 탱크 및 연료 탱크에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선박을 선주에 인도하기 전 마지막 단계인 시운전까지 조선소 내에서 자급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이러한 시도는 국내 조선사 중에서는 처음이다.
LNG 벙커링 사업 권한이 없는 경우 건조 작업을 마무리하고 진행되는 시운전을 위한 LNG 공급을 외부에서 받아야 했다. 삼성중공업은 통영·광양 등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 터미널에 운반선을 보내거나 탱크로리를 이용해 육상에서 연료를 공급받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LNG 공급을 받기 위해 선박을 매번 다른 터미널로 이동시키며 시운전 단계에서 이틀이 넘는 시간이 더 걸리고 소비되는 비용도 상당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자체적으로 LNG 벙커링이 가능해지도록 관련 설비를 구축하고 사업자 권한까지 획득했다”고 말했다. 통영 터미널은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선박이 7만 5000톤급과 12만 7000톤급 각각 1선에 불과해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까지 가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선의 대표 주자인 LNG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어 벙커링 내재화의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올해에만 카타르 LNG 프로젝트 2차 물량인 17만 4000㎥급 LNG 운반선 15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총 4조 5716억 원으로 삼성중공업의 역대 최대 규모 수주다.
쌓여 있는 물량도 많다. 2024년 1월 기준 삼성중공업의 LNG 운반선 수주 잔량은 96척으로 전체 상선 수주 잔량의 59% 수준에 육박한다. 여기에 현재 수주한 컨테이너선 가운데 20% 넘는 물량이 LNG 연료 추진선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올해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중공업은 LNG선에 힘쓰는 분위기”라며 “조선사가 자체적으로 LNG 벙커링까지 할 겨우 100척이 넘는 LNG선의 건조 시 원가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은 LNG선의 수익성 극대화를 바탕으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흑자를 더 확대한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업계 불황이 심화되던 2017년 3분기 이후 22개 분기 만인 지난해 1분기 흑자로 전환한 이래 계속해서 흑자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8조 94억 원, 영업이익은 2333억 원으로 전년(8544억 원 적자)에 비해 1조 원가량 개선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액 9조 7000억 원, 영업이익 4000억 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올해 상선·해양 수주 목표도 97억 달러로 지난해 실적(83억 달러) 대비 16.9% 높게 설정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3년 이상의 안정적인 수주 잔량을 바탕으로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