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미끼 투자금 모집"…금융위, 美비상장사·임원 고발

투자설명회 열고도 증권신고서 미제출
무인가 업체 'BANK증권' 설립
300억 투자금 사적유용 정황도
美 SEC 협조 통해 범죄수익 환부 추진
환부되면 국제공조 피해 복구 첫 사례


금융위원회가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을 내세워 국내 투자자로부터 3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놓고 증권신고서도 내지 않은 미국 비상장사와 해당 임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21일 ‘제3차 정례회의’에서 사업 실체가 없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투자금을 모집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로 A 사와 해당 기업의 임원에 대해 과징금 12억 3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부정 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앞서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도록 의결했다.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된 해당 기업의 회장과 임원들은 중국 지방정부 등으로부터 700억 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현물출자 받아 호텔·쇼핑몰 등 부동산 사업을 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나스닥 상장이 임박했을 뿐만 아니라 상장 후 수십에서 최대 수백 배에 이르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도 속였다.


혐의자들은 조직적인 투자자 모집을 위해 국내에 직접 ‘BANK증권’이라는 이름을 붙인 무인가 투자중개 업체를 설립했다. 서울 소재 강당이나 사무실을 임차한 이후 모집책이나 기존 주주들이 예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국내 투자자 약 2700명으로부터 약 300억 원을 모집해 해외에 개설한 계좌로 송금받아 사적 유용했다. 투자 설명회를 열고 주식 취득 청약을 권유해 증권신고서 등 공시 의무가 발생했으나 이를 공시하지도 않았다.


금융 당국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적극적으로 공조해 혐의자들의 은행 계좌 거래 내역을 확보하고 부정 거래 혐의 적발에 활용했다. 국내 투자자의 피해 복구를 위해 미국 법원이 동결·환수한 자금을 환부하는 방안을 협의했고 SEC도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투자자들이 피해 금액 일부를 환부받는다면 국제 공조를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로 인한 투자 피해 회복이 이뤄진 최초 사례가 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해당 주식과 관련한 국내 투자자의 피해 복구를 위해 범죄수익이 국내에 반환될 수 있도록 검찰·SEC와 적극 공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무인가 투자중개 업체에 의한 투자 피해는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절차에 따른 구제 대상이 아닌 만큼 해당 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상장주식 투자는 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기업 정보 파악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신주 발생이나 기존 주식 매수를 권유하면 사전에 증권신고서 등 공시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신고서를 조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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