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지원을 등에 업고도 파키스탄 총선에서 2위에 그쳤던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가 3위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연합 정부를 구성하기로 20일(현지시간) 합의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방해에도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를 가장 많이 확보한 임란 칸 전 총리의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무소속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PML-N과 PPP는 이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PML-N 리더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가 총리를, PPP 소속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전 대통령이 상징적 존재인 대통령을 각각 나눠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PML-N은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군부의 직간접적인 도움에도 75석을 얻는 데 그쳤다. PPP는 54석을 얻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실세인 군부에 대항하는 칸 전 총리 측의 승리를 막기 위해 불공정한 일들을 벌였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선 의회 과반을 차지해야 집권할 수 있다. 파키스탄 의회는 총 336석으로, 지역구에서 266명을 선출하고 나머지 70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양당은 “다른 정당들과도 협상을 벌여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는 하원 과반을 확보했다”며 “장관 내정자 명단도 며칠 내에 발표하겠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 헌법에 따르면 하원은 오는 29일까지 연정 구성안을 승인해야 한다. 신임 총리로 지명된 샤리프 전 총리는 회견에서 “건국한 지 76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여전히 많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난 해소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총선에서 가장 많은 93석을 확보한 PTI 출신 무소속 진영은 반발했다. 앞서 군부는 총선 직전 PTI가 정당법을 위반했다며 소속 인사들의 출마를 막았고, PTI 후보들은 각기 무소속으로 나서 선거를 치렀다. 칸 전 총리는 부패와 불법 결혼 등의 혐의로 총 3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입후보가 좌절됐다.
군소정당과 연정을 추진하고 있는 PTI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PML-N과 PPP가 세금은 물론 선거 결과까지 훔치려 하는 등 지난 30년간의 여정에서 일부 칭찬할 만한 일을 했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