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생일날 쓰러진 남편 대학병원 못가"…밀려든 환자에 지역 종합병원도 긴장

[혼란 커지는 의료현장]
공공의료기관도 환자로 북새통
지방 상급병원선 전원 요청도
2차병원 전공의도 사직서 제출
사태 장기화땐 한계직면 우려

서울의 한 2차 병원에서 환자가 응급실로 이동하고 있다. 신서희 견습기자


“남편 생일을 맞아 식당에서 가족 식사를 하고 있던 중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신촌 세브란스로 가려 했는데 ‘진료가 불가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눈앞이 하얘졌습니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의 2차 병원인 동신병원에서 만난 합정동 거주민 최순자(70) 씨는 이날 남편을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몇 차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는 “남편은 지병(뇌출혈)이 있어 6~7년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고 내일도 CT와 MRI 촬영이 예정돼 있었다”며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들이 ‘세브란스에서는 진료가 어렵다’면서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을 물색해준 결과 급하게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소재 공공 의료기관인 경찰병원의 입구 전광판에는 ‘경찰병원은 일반인 진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7개의 접수 수납 창구는 모두 문의를 하러 온 환자들로 채워져 있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가운데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2차 병원(30병상 이상으로 병원 또는 종합병원으로 분류되는 의료기관)이나 공공 의료시설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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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대란’ 수준으로 환자가 몰리고 있지는 않지만 2차 병원과 공공 의료시설 등은 사태가 길어지면서 환자가 집중될 것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 2차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으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도 하고 언제 환자가 몰릴지 몰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 병원은 이미 최소 30%에서 50%가량 수술을 줄였다.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대형 병원들은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만 수술하면서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뤄 2차 병원으로 업무가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 병원에서는 이미 상급종합병원이 2차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 소재의 나사렛종합병원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 몇 시간에 한 번 들어오던 전원 의뢰가 오늘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며 “뉴스를 접하고 아예 대학병원을 거치지 않고 이곳으로 직접 오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의료기관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부는 국군수도병원을 비롯한 12개 군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고대안암병원에 입원했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A(66) 씨는 “병원 측에서 ‘의사가 없어 퇴원을 해야 한다’고 말해 부득이하게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2차 병원과 공공 의료기관 등을 총동원해 전공의 근무 중단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남 동부권의 한 2차 병원 소속 레지던트 등 9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일부 지역 2차 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어 의료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한계를 마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도 교수들이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어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2차 병원 등을 활용해 몇 주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 사태가 길어질 경우 국민들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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