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현금자산이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자국의 경제 개혁을 명분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나가자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사우디 정부가 재정적자로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금융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프로젝트들을 실현하기 위해 PIF가 보유 중인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주식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PIF가 지난해 9월 기준 보유한 현금은 약 150억 달러로 집계된다. 약 500억 달러를 보유하던 2022년 상황과 비교하면 70% 급감했다. 특히 PIF가 관련 정보를 공개한 2020년 12월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도 분석된다.
PIF는 710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실상 주무르는 것으로 알려진 PIF는 사우디 경제 개혁 정책 ‘비전 2030’의 재원으로 쓰인다. 비전 2030은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가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깨고 새로운 판을 깔겠다는 목표에서 시행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스마트도시 ‘네옴 시티’ 건설, 제2의 국적 항공사 리야드에어 설립 등은 대표적 갈래다.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하나씩 시행되면서 펀드의 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사우디 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 또한 사정이 밝지만 않다. 재정 운영이 빡빡해지고 적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사우디는 GDP 대비 약 2%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26년까지 매년 소폭의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채권을 찍어 적자 구멍을 메우는 양상이다. 실제 사우디는 올 1월 12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향후에도 사우디 정부의 채권 발행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채권 시장에서 사우디 국채 금리가 인접 국가 대비 높은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사우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5.3%에서 거래되는 것에 반해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의 채권은 5% 미만 수준에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PIF가 아람코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WSJ은 관련 사안에 정통한 사람들을 인용해 PIF가 아람코 지분 1%를 주식 시장에서 매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람코의 지분 8%를 소유하는 PIF는 이 방안을 통해 약 2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WSJ의 전망이다.
다만 지분 매각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아람코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생각하면 계산기를 정확하게 두들겨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WSJ은 중동 전문가의 설명을 토대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많은 대형 프로젝트가 철회되거나 중단될 수도 있다”면서도 “향후 몇 년 동안 국가가 PIF에 계속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