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와사비맛' 신메뉴 나왔다고?…AI가 아이스크림도 개발

■아이스크림 실험실 ‘워크샵 바이 배스킨’
SPC 연구소에서 신제품 개발
사옥 지하서 ‘직제조’해 테스트
디저트류 고급화 가능성 엿봐
매월 AI 접목한 새로운 맛 공개
“아이디어 구상 과정 단축 이점”

21일 서울 강남구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찾은 소비자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황동건 기자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남 대로가 훤히 보이는 거대한 통유리창이 펼쳐졌다. 반대편 벽면에 설치된 두 개의 넓은 스크린을 보자 마치 영화관에 온 듯 했다. 여느 아이스크림 매장과는 다른 모습에 아직 소비자가 몰리기 전인 이른 아침인데도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매장 한 켠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제품 이미지가 송출되고 있다. 황동건 기자

2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는 업계 최초의 아이스크림 실험 공간이다. 배스킨라빈스 본사 사옥인 ‘SPC2023’ 1층에 국내 매장 중 가장 큰 약 330㎡, 100석 규모로 19일 문을 열었다. 조성희 배스킨라빈스 크리에이티브디렉팅실 상무는 “준비 과정에 1년, 기획에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소통과 소비자 반응 확인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이 매장은 앞으로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일단 이곳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실험한 뒤 반응이 좋으면 전국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당수 상품은 공장을 거치지 않고 지하에 있는 전용 공간에서 직제조돼 올라온다. 맞은편에 위치한 자체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제품을 셰프들이 직접 조리해 전달한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으로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와사비’와 ‘크렘드마롱(밤)’을 포함한 새로운 맛이 이 매장에 먼저 진열됐다. 기획자와 연구원들은 수시로 매장을 찾아 가까이서 두 눈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SPC는 이 매장에서 소형 디저트류의 고급화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황동건 기자

단순히 새로운 맛만 시험하는 건 아니다. SPC는 이곳에서 주력 상품인 아이스크림 뿐 아니라 디저트류의 고급화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젤라또와 고급화·소형화된 케이크가 이미 실험에 들어갔다. SPC 관계자는 “배스킨라빈스의 중심은 퍼 먹는 ‘스쿱’ 아이스크림이지만 디저트류로 분류되는 케이크 비중도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아직 이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아기곰과 강아지 형태 케이크는 털 부분 디테일이 세밀하게 살아 있었다. 금형 제작에 3D 프린터를 활용한 덕이다. 1인가구를 타깃으로 크기를 대폭 줄이되 품질을 높인 계란 모양 ‘에그 케이크’ 라인도 공개됐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수고를 크게 덜 새 방식도 처음 시도된다. 챗GPT가 개발에 참여한 아이스크림 ‘얼그레이 오렌지’는 내달 이 매장에서 공개를 앞뒀다.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키워드로 조합해 후보군을 좁혀 나가며 도출한 결과다.


이 같이 빅데이터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이 접목된 ‘딥 플레이버’(Deep Flavor)가 매월 공개될 예정이다. AI가 생성한 제품 비주얼도 대형 스크린에 상형된다. 조 상무는 “소비자 흥미를 끌기에도 좋을 뿐더러 금세 키워드를 뽑아내 주기에 아이디어 구상 과정을 크게 단축시켜준다”고 설명했다.


SPC는 매장 전반에서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넓은 매장에 좌석을 늘리는 대신 절반에 가까운 상당한 공간을 오직 체험에 할당했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밝은 색 유니폼을 입은 스토리텔러 ‘닥터’도 이번 주부터 현장에 투입된다. 제품별 배경 스토리를 전달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시식하게 하는 방식이다.



‘케이크 존’에 셰프가 제작해 매장으로 올린 수제 디저트가 진열돼 있다. 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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